매사추세츠주 나틱에 있는 미 육군 기지 안, 대형 산업용 주방 시설에서 버저가 울립니다. 마카로니와 치즈, 베이컨을 곁들인 해시브라운 요리가 완성되었다는 신호입니다. 다니엘 나트리스 미군 전투식량 부서 선임 식품 기술자가 빨간 보호장갑을 끼고 음식을 꺼냅니다. 그런데 스팀 오븐을 열자 작은 금속 튜브 두 개만 보입니다. 비행사를 위한 전투식량입니다.

국방부의 군용 배급 중에서 독특합니다. 보통 야전에 나간 병사는 고기 스파게티 같은 메뉴가 담긴 MRE를 받습니다. 물 없이 즉각 섭취할 수 있는 식량입니다. 기지에서는 취사병들이 조리한 음식을 내어놓습니다. 배나 잠수함 선원들도 내부에 설치된 조리실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공비행하는 U-2 첩보기 조종사들은 다릅니다. 장시간 비행하면서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밀봉된 튜브 음식이 필요합니다. 

2만 1000미터 상공에서 식사를

공군 조종사는 U-2 항공기를 조종할 때 낮은 기압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보호받기 위해 압력복과 헬멧을 착용하는 이유입니다. U-2는 비행 조작이 어렵고 일반 상용기보다 높은 고도에서 운항합니다. 공군 자료집에 따르면 2만 1000미터 이상 고도에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조종사용 장비를 제작하는 기업은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에 있는 데이비드 클라크 컴퍼니입니다. 한나 제이콥스 공군 프로그램 매니저는 "조종실 기내가 감압될 경우 조종사를 위한 예비 보호막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항공기가 파손되거나 기내 가압 시스템이 고장 났을 때 사람을 안전하게 지켜준다는 것입니다.

그는 공군에서 기술자로 U-2 프로그램에 관여했습니다. 당시 압력복의 유지보수와 수리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밀폐된 압력복을 입는 순간 식사는 힘든 일이 됩니다. 배가 고파도 단순히 음식을 꺼내 입으로 가져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튜브 음식을 조종석에서 데워 헬멧 구멍으로 먹습니다. 이렇게 옷으로 보호받는 동시에 영양분을 섭취합니다. 제이콥스는 "봉인을 뜯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며 "빨대는 헬멧의 먹이 구멍으로 들어가며, 주위에 밀폐부품이 있어 공기가 새어 나오는 걸 막아주기 때문에 항상 보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튜브 식품은 총 19가지 맛이 있습니다. 베이컨 조각이 들어간 해시 브라운, 초콜릿 푸딩, 치킨 또띠아 수프, 치즈와 베이컨이 들어간 폴렌타(이탈리아식 옥수수죽), 소고기 스트로가노프(러시아식 고기볶음), 비프 스튜, 페퍼로니 피자 등입니다.

제이콥스에 따르면 그중에서 초콜릿 푸딩이 제일 인기 있었습니다. 그는 "초콜릿 푸딩이 부족한 사건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회상합니다.

튜브 음식이 만들어지는 방식

공군 튜브 전투식량은 매사추세츠주 국방부 주방에서 태어납니다. 미 육군 전투능력개발사령부 센터(DEVCOM)의 전투 급식 연구소에서 제작을 맡고 있습니다. 튜브는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집니다. 각 튜브는 약 141그램 식량을 담을 수 있습니다. 빈 튜브는 열린 끝이 위를 향하는 자세로 포장 기기 노르덴매틱 602에 고정됩니다. 음식을 튜브 안으로 주입하는 설비로 줄을 따라 이동합니다. 음식들은 151리터 용량인 주전자에 담겨있다가 알루미늄 포장재로 이동합니다. 내용물이 채워지면 튜브 끝을 압착해 닫습니다. 용기가 가득 채워지면 레토르트 오븐에서 멸균처리를 시작합니다. 내부는 금색 포장재를 사용해 알루미늄과 직접 닿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다니엘 나트리스는 군대가 구형 제조 장비를 새것으로 교체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이유로 "U-2가 앞으로 20년 더 비행할 수 있다고 군이 예상하기 때문이다"고 발언했습니다. U-2가 오랫동안 비행할수록 관련 부품과 튜브 식품은 계속 생산될 것입니다.

이유식보다 더 좋다

나트리스는 25년 동안 튜브 전투식량 기획을 담당해왔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음식을 느끼는 네 가지 방식에 주목합니다. 맛, 질감, 후각, 시각적 외관입니다. 불투명한 튜브에서 빨대로 입에 음식을 넣는 상황에서 후각과 음식 모습은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대신 질감과 맛에 더 집중합니다. 

먼저 빨대를 통과하는 작은 입자로 질감을 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나트리스는 "그냥 갈아서 아무런 덩어리가 없다면 식감을 잃어버린다"며 "음식 입자를 식별할 수 있는 질감이 약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튜브형 사과파이는 단순히 사과 소스로 만들지 않습니다. 실제 사과를 잘게 썰어서 과자 부스러기와 혼합해 제작합니다. 동시에 덩어리는 너무 크면 안 됩니다. 빨대로 흡수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7만 피트(2만 1000미터) 상공에 올라가서 무언가를 먹고 싶은데 막혔다고 상상해 보아라"고 말했습니다.

나트리스는 사과파이를 개발하던 과정도 밝혔습니다. 그는 "맛있고 질 좋은 사과 파이를 입에 넣고 맛을 본 다음, 그 느낌을 묘사하고 기록했다"며 "그 맛을 튜브로 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고급 이유식처럼 약간 식감이 있기는 하지만 향신료가 많이 들어있지 않다"며 "우리는 풍미 가득한 그 맛을 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공군 조종사용 튜브 전투식량은 매년 2만 개 이상 생산됩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Rob Verger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