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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체 로봇을 실현한 연구자들...메가조드 실현이 눈앞에 왔다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7.09.18 20:08
  • 수정 2017.11.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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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레인저에는 메가조드가 있고, 볼트론에는 볼트론이 있다. 작은 로봇 여러 대가 합체해서 더 강한 로봇이 되는 것은 수 십년 동안 공상과학 작품들의 주된 소재였다. 그러나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지에 실린 새로운 연구에서는 이런 변신 로봇들을 언젠가 공상과학 작품 뿐 아닌 현실에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자율작동 모듈형 로봇(룸바 청소로봇처럼 스스로 동작 제어가 가능한 로봇)들이 합체하여 하나의 큰 로봇을 만들게 하는 데 이미 성공했다.

흰개미나 개미처럼 무리지어 다니는 곤충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이 곤충들이 협업을 통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아주 큰 물체를 옮긴다거나, 포식자를 공격한다거나 복잡한 구조물을 만든다거나 하는 일들이다. 특히 흰개미는 설계도도 없이 복잡한 구조의 집을 잘 만들기로 유명하다. 집단 로봇 역시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다.

브뤼셀 자유 대학의 인공지능 연구소 IRIDIA의 연구부장이자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인 마르코 도리고는 “바위가 많은 지형의 주행을 예로 들면 무리 중 한 대의 로봇이 돈좌(실패)되어도 다른 로봇들이 그 로봇의 진행을 도와 지형을 주파할 수 있다.”

한 대의 뛰어난 로봇은 새로운 임무를 맡길 때마다 재설계가 필요하다. 건축용 로봇을 바로 탐색구조 임무에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집단 로봇은 더욱 유연하게 운용될 수 있다. 또한 한 대의 큰 로봇에 비해 덜 취약하며, 대량 생산도 쉽다. 동시에 한 대의 로봇에는 없는 중복성이 있다.

도리고는 “집단은 많은 로봇들로 이루어지므로, 일부가 파괴되어도 다른 로봇들이 임무를 계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은 돈이면 엄청나게 좋은 주방칼 하나 보다는 성능이 그저 그런 주방칼 여러 자루를 사는 것이 더 좋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러나 집단 로봇들의 팀웍을 높이는 데서 문제가 불거졌다. 일반적인 해법은 로봇들이 자율형성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흰개미와 개미도 자율형성을 한다. 자율형성이 가능한 로봇은 주변 정보에 따라 판단을 내려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구현하기 까다로운 부분이다. 그래서 나온 또다른 대안은 일종의 중앙통제방식이다. 각 로봇의 상태를 모두 아는 하나의 컴퓨터가 각개 로봇을 위해 판단을 해주는 것이다.

도리고는 “문제는 통신 병목 현상이다. 그런 현상이 일어날 경우 실패할 수 있다. 중앙 컴퓨터가 정확하게 통신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면 시스템 전체도 작동을 멈추게 된다.”라고 말한다.

공상과학 영화 <스타워즈>의 사례를 들어보면 데스 스타의 열 배출구에 어뢰를 명중시켰더니 연쇄반응이 일어나 주 원자로에 불이 나고 결국 전체가 다 부서져 버리는 경우다.

도리고는 동료들과 함께 두 방식의 절충안을 시도했다. 로봇이 혼자 돌아다닐 때는 자율적으로 움직이지만 여러 대가 모여 큰 무리를 만들 때는 무리의 한 로봇에게 제어권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개별 로봇들의 모임은 자동적으로 하나의 일사불란한 조직체가 되는 것이다.

모든 자율 로봇은 동작 제어를 위해 중앙 처리 장치(CPU)의 형태를 지닌 두뇌를 필요로 한다. CPU를 센서와 액츄에이터에 연결하는 일종의 로봇판 신경계도 필요하다. 도리고와 그의 팀의 로봇 두 대가 만났을 때 자동 메카니즘이 한 로봇의 제어권을 다른 로봇에게 이양시킨다.

도리고는 “제어권을 넘겨받는 로봇은 다른 로봇의 두뇌가 된다. 제어권을 넘겨주는 로봇은 몸의 일부가 된다. 이 방식으로 이전보다 더욱 큰 신경계를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로봇이 시스템에 추가될 때마다 이 과정이 계속된다. 그리고 작업의 두뇌 역할을 하던 로봇이 손상을 입으면 다른 로봇이 두뇌 역할을 물려받는다. 논문 저자들은 이 양상을 자체 치유라고 묘사했다.

도리고는 이 기술의 실질적인 적용 대상에 대해서 우리의 미래에 반드시 거대 로봇들이 싸우게 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군용으로 적용 가능성이 있으므로 언제나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더 실질적으로 보면 우리의 세계에는 스마트 진공청소기에서부터 자율주행 자동차까지 갈수록 더 많은 자율 로봇들이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다른 로봇들과 활동을 조율해야 할 것이다. 도리고와 그의 팀이 개발한 방식은 이를 위한 방식 중 하나다.

도리고는 “이 논문은 특정 로봇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논문에 언급된 로봇들은 일례에 불과하다. 이 논문은 우리 로봇이 보여준 협력과 자체 치유를 실현한 기술에 관한 것이다”고 말한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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