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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사이언스', 집중력 향상 앱 外

스포츠 영웅의 탄생을 위한 총성 없는 첨단 과학기술 전쟁(2)

  • 기자명 이고운 기자
  • 입력 2017.09.07 14:55
  • 수정 2017.11.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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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싱집중력 향상 앱

미국 펜싱 플뢰레 국가대표팀 마일스 챔리 왓슨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쉽게 산만해진다는 게 그것이다. 찰나의 순간에 공격과 방어가 이뤄지는 펜싱 경기에서 이는 승리의 큰 걸림돌이다.

이런 그가 최근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줄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그의 공식 스폰서인 에너지 음료 제조사 레드불이 전문가를 고용해 후원선수들의 고질적인 약점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 왓슨 선수에게는 운동선수의 정신 훈련 분야에 정통한 신경과학자 레슬리 셜린 박사가 배정됐는데, 셜린 박사는 프로 서퍼 및 e스포츠 선수와 함께 개발했던 정신훈련 게임 앱을 왓슨 선수의 필요에 맞춰 최적화했다.

이 앱은 집중할 때, 졸릴 때, 편안할 때의 뇌파가 모두 다르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앱 개발의 핵심은 정상급 펜싱 선수가 집중력을 발휘할 때의 뇌파를 알아내는 것이었죠. 이후 이 뇌파에 의해서만 앱 속의 아바타를 제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했습니다. 뇌파가 조이스틱이 되는 셈이죠.”

이후 왓슨 선수는 뇌전도(EEG) 헤드셋을 착용한 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화면 속 아바타를 움직이는 연습을 반복하며 주목할 만한 집중력 향상을 이뤘다. 인간의 집중력은 대개 인식의 영역 밖에 있지만 아바타를 제어하는 동안 시나브로 집중력을 오래 유지시키는 방법을 체득한 것이다.

저는 육체적으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정신력은 시쳇말로 유리 멘탈이었어요. 이 앱이 펜싱선수로서 제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셜린 박사는 펜싱 외에도 이 앱의 활용도가 탁월하다고 강조한다.

집중력 부족이 모든 운동경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앱은 경기 종목과 선수 개인의 상황에 맞춰 수정할 수 있어요. 왓슨 선수를 위해 그렇게 했듯이 말이에요. 일례로 테니스 선수라면 한 세트가 끝날 때마다 주어지는 잠깐의 휴식시간 동안 휴식의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흰색 염색머리와 문신, 2m의 큰 키로 대변되는 왓슨 선수는 전형적인 펜싱 선수의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초인적인 팔 길이와 몽구스와 같은 반응속도를 앞세워 2013년 세계 정상에 올랐다. 셜린 박사는 그가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앱 개발을 위해 측정한 데이터에 의하면 그의 반응 속도는 정말 놀라워요. 게다가 주변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고, 많은 실수를 저지르지도 않죠. 이제 집중력까지 보완했으니 누구도 그를 쉽게 이기지 못할 겁니다.”

▲애슈턴 이튼: 육상 10종 경기 세계기록 보유자

■■■ 육상 10종 경기데이터 저장·검색·분석

육상 대표팀의 애슈턴 이튼 선수는 하나의 메달을 따기 위해 무려 10종목을 겨룬다. 런던올림픽 10종 경기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빠르게 달리고, 높이 뛰고, 멀리 던지는 만능 스포츠맨이라 할 수 있다. 선수 생활을 하며 신체역학의 전문가가 다 된 그는 10종목 모두의 동작을 세밀하게 연구하는 것으로 승리를 쟁취한다.

발을 딛고, 손가락을 감싸는 동작 하나하나를 목록화해 분석하고 있다. 이외에 이튼 선수는 매번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그리고 이를 앱스토어에서 구입한 데이 원(Day One)’이라는 4.99달러짜리 개인 저널링 앱에 기록하고 있다. “훈련 과정과 기록, 당시의 느낌 등을 일기처럼 적습니다. 이후 감정과 경기력 데이터를 연결시켜 실력 향상 방법을 찾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좋은 느낌을 가졌을 때 투포환 훈련기록이 좋게 나왔다면 실제 경기에서 그런 느낌을 갖도록 노력하는 겁니다.”

그는 경기 때마다 앱의 검색기능을 활용, 수년간의 훈련기록과 최고기록을 즉석에서 검색함으로써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이를 자칭 고속 데이터 저장·검색이라 부르고 있다. “이외에도 훈련을 마치고 그날의 기록을 1년 전 같은 날의 기록과 비교할 수 있어요. 달리기와 투포환, 창던지기, 높이뛰기 등에 태그를 해놓고 각 종목을 몇 차례나 훈련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튼 선수는 또 중요한 상황을 실시간 캡처할 필요가 있을 때 유료 운동 분석 앱 코치스 아이(Coach’s Eye)’를 사용한다. 이 앱을 활용하면 그의 트레이너가 아이폰으로 훈련 장면을 촬영하고 음성 메모를 남길 수 있다. 고해상도 정지 이미지를 보며 몸의 각도를 측정하거나 자세를 교정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움직임을 시작과 중간, 끝이라는 3단계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죠. 코치스 아이는 손가락을 이용해 움직임을 각 프레임 단위로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덕분에 기술적인 관점에서 동작의 분석이 가능합니다.” 이튼 선수가 어렸을 적만 해도 TV 속 선수들의 모습을 최대한 열심히 관찰해 따라하는 게 고작이었다는 점에서 비약적 기술발전이 이뤄진 셈이다.

예전에는 제 기술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가장 컨디션이 좋았을 때의 모습을 모방함으로써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은 앱이라는 유용한 도구가 있어요. 창을 던지면서 셀카를 찍는 것보다 훨씬 쉽죠.”

▲그웬 요르겐센: 철인 3종 경기 세계 챔피언.

■■■ 철인 3종 경기가상현실 사이클링

철인 3종 경기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스포츠의 하나다. 1.5의 수영과 40의 사이클링, 10마라톤을 연이어 해내야 한다. 이 같은 극한의 종목에서 2014년과 20152년 연속으로 세계 챔피언에 오른 그웬 요르겐센 선수는 리우 올림픽에서도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그녀에게는 자신만의 비밀 훈련도구가 있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1만 달러짜리 바이크일까. 아니다. 이미지 트레이닝이 그녀의 진짜 무기다. 휴식을 취할 때면 눈을 감고 경기 코스를 떠올리며 끊임없이 전략을 반복 연습한다. 이런 그녀에게 올해 새 파트너가 생겼다. 다름 아닌 가상현실(VR) 헤드셋이다.

현재 이를 이용해 사이클 경기가 펼쳐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의 도로를 철저히 연구하고 있다. “리우 올림픽의 바이크 코스는 매우 거칩니다. 높은 언덕과 내리막이 곳곳에 포진돼 있어요. 이에 대한 전략이 승패를 가르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요르겐센 선수의 코치들은 완벽한 코스 공략을 위해 VR 헤드셋 제조사인 오큘러스의 원년 멤버이자 지금은 VR 동영상 스튜디오의 기술책임자로 있는 조세프 첸에게 도움을 청했다. 리우 올림픽 사이클 코스를 VR 환경에서 구현하기 위함이었다.

요청을 수락한 첸은 즉각 브라질로 날아갔다. 그리고 사이클 선수의 눈높이에 맞춰 차량 지붕에 여러 개의 고프로액션캠을 설치한 뒤 코스를 주행, 360도 전방향의 영상을 촬영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해당 영상을 삼성전자의 기어 VR’ 헤드셋과 호환되는 MPEG 포맷 파일로 변환해 코치진에 전달했다. 덕분에 요르겐센 선수는 언제든 기어 VR만 착용하면 코스 전체를 생생히 익힐 수 있다. 마치 현지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필요하다면 특정 구간을 반복 재생해 자세히 분석할 수도 있다.

휴식 중이나 이동 중에도 코스 분석이 가능합니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거나 뒤를 바라보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 애를 쓰죠. 어떤 면에서는 VR 훈련이 현지 전지훈련보다 낫기도 해요.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 왜곡될 수 있지만 VR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요르겐센 선수는 철인 3종 세계에서 새내기에 속한다. 사이클은 더욱 그렇다. 달리기와 수영 실력이 뛰어난 공인회계사였던 그녀가 2010년 철인 3종 선수로 입문하면서 처음 사이클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뛰어난 자질과 노력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 국가대표로 발탁됐지만 끝내 발목을 잡은 것도 사이클이었다. 경기 도중 타이어가 펑크 나며 38위의 성적에 그친 것이다. 하지만 이후 그녀의 기록은 급격히 향상됐고, 이 종목 역사상 가장 많은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여자선수가 됐다. VR 훈련은 그녀가 아직 이루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것이다.

VR 훈련의 목표는 코스의 숙달에만 있지 않다. 이 훈련을 반복하면 지형과 공략법을 근육 기억 수준으로 각인시켜 실제 경기에서 본능적으로 최적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저는 여전히 사이클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요. VR 훈련은 이런 저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한편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 준비도 충실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녀가 처음 VR 훈련을 하는 모습을 지켜본 첸에 의하면 VR에 대한 그녀의 적응력은 굉장한 수준이라고 한다.

순식간에 VR 세상에 몰입하더니 몸을 기울이고 목을 길게 잡아 빼더군요. 길모퉁이를 돌면서 코스 앞을 내다보기 위한 행동이었죠. 이를 통해 어느새 전략적으로 전력질주를 해서 승부를 봐야 하는 곳과 편안히 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는 곳을 파악해냈습니다.”

다만 첸의 VR 콘텐츠에도 한 가지 아쉬움은 있다. 선수가 자의적으로 영상 속 사이클링 속도를 바꿀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첸은 머지않아 VR 영상을 다른 기기와 연동시켜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때는 고정식 바이크와 사이클 코스 VR 영상을 연동시켜 선수의 페달링 속도에 따라 영상의 이동속도가 달라져 코스 공략법에 따른 기록 단축효과를 확인할 수도 있다.

“VR 콘텐츠 업계 종사자로서 시각에 더해 사이클 선수의 신체까지 자극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주행 속도에 부합하는 중력가속도를 느끼도록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특히 첸은 향후 기술이 발전하면 사이클 이외의 분야에서도 VR 훈련 시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본다. 레이싱도 그중 하나다.

포뮬러원(F1) 선수들은 수백만 달러짜리 레이싱 시뮬레이터에서 많은 시간 동안 훈련합니다. 날씨 등의 요인으로 트랙 주행이 어려울 수도 있고, 매번 트랙에서 연습하기에는 돈도 너무 많이 들거든요. 이럴 때 VR은 더 없이 훌륭한 훈련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여느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리우 올림픽의 철인 3종 사이클 구간에서도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그럼에도 첸은 요르겐센 선수의 승리를 굳게 믿는다.

경기 전까지 그녀는 사이클 코스를 자기 집 이상으로 훤히 알게 될 겁니다. 한밤중 깨어나 눈도 제대로 뜨지 않고 부엌에서 물을 찾아 마실 수 있는 것처럼 철저히 말이죠.”

기술

요르겐센 선수는 삼성전자의 가상현실(VR) 헤드셋 기어 VR’을 착용하고 훈련을 한다. 그녀의 눈앞에는 리우 올림픽 철인3종 사이클 코스의 모습이 펼쳐진다.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VR 콘텐츠로 변환했기 때문에 실제 코스를 주행해보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대효과

현지 지형과 코스를 사실상 근육 기억수준까지 완벽히 익힐 수 있다. 현장에서 직접 연습할 기회가 많은 브라질 선수만큼 몸이 코스를 기억하게 돼 지형이나 도로의 굴곡에 맞춰 전략적인 반응이 본능적으로 나오게 된다.

주석

CVAC Cyclic Variations in Adaptive Conditioning

by WILL COCKR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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