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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원자력 에너지 정책을 쉽게 정하지 못하는 이유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8.01.17 16:56
  • 수정 2018.01.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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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주 샌 디에고에서 북쪽으로 88km 떨어진 올드 맨 서핑 스팟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은 높이 54m짜리 구체 두 개를 볼 수 있다. 이 기묘한 배경은 샌 오노프레 원자력 발전소의 것이다. 이 원자력 발전소는 1968년 첫 가동된 이래 수백만 명에게 전력을 공급해 왔다. 그러나 이제 이 콘크리트와 철로 이루어진 돔은 골칫덩이가 되었다. 그 속에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수백만 킬로그램의 방사능 연료가 들어 있다.

지난 2012, 소규모 방사능 누출로 인해 이 발전소의 원자로 1개가 폐쇄되었다. 발전소의 운영사인 남캘리포니아 에디슨 사는 온갖 규제와 서류 작업에 시달리면서 잔여 원자로들을 줄어든 출력으로 재가동시키는 것보다는, 발전소 전체를 폐쇄하는 쪽을 택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이 원자로의 해체 작업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크고 비싼 원자로 해체 작업이 될 것이다. 초기 비활성화 작업에만도 10년이 걸린다. 70만 미터톤에 달하는 인프라를 해체한 다음 유타 주, 텍사스 주, 아리조나 주 등에 위치한 매립지로 보낸다. 가장 방사능이 높은 물질인, 사용된 우라늄 235 핵연료 1,451톤은 현장에 있는 철근 콘크리트제 용기에 매립된다. 이 용기는 현장에 마치 묘비처럼 배열될 것이다.

그 모습은 미국이 원자력 에너지에 품었던 야망의 종말의 시작에 잘 어울린다. 현재 퇴역이 진행 중인 미국의 원자력 발전소는 샌 오노프레를 합쳐 19개다. 그리고 아직 쓰이고 있는 미국 내 발전용 원자로 99개 중 최대 1/3이 앞으로 10~20년 이내에 퇴역할 것이다. 일부 원자로는 수명 연장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지만, 대다수는 퇴역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의 입지를 위협하는 3가지 요인 때문이다. 저렴한 천연 가스, 풍력 발전과 태양에너지 발전의 경제성 개선, 방사능 누출 사고의 공포가 그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저탄소 에너지를 지지하는 비영리 기구인 <청정에너지 태스크 포스>의 부장인 아몬드 코헨은 미국의 원자력 산업은 엉망이다.”라고 말한다. 현재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 건설 중인 몇 안 되는 원자력 발전소는 비용 초과와 일정 지연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런 점을 무시하더라도, 오늘날의 원자력은 경제적으로 타당치 않다고 코헨은 말한다. “세계에서 비용효율성이 가장 뛰어난 원자로도 압축 가스 공장보다 비싸다.”

이건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원자력은 인기를 잃고 있다. 현재 독일은 8개의 원자로로 전력 13%를 공급하고 있으나, 이 모두를 2022년까지 퇴역시킬 방침이다. 스위스도 전력 40%를 담당하고 있는 원자로 5개를 모두 퇴역시킬 방침이다. 현재 전력 75%를 원자력에 의존하는 프랑스도 이 비율을 2025년까지 50%로 낮출 계획을 세웠다가, 지난 11월 기후 변화 대응과 전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지 못할 것이 우려되어 그만두었다.

 

그러나 원자력을 미래에도 계속 늘려 나가려는 나라들도 있다. 계속 커지는 석탄 수요를 억제하려는 중국은 다른 대체 에너지 개발에 열심이다. 이 나라는 201738기가와트인 원자력 발전량을 2030년까지 150기가와트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은 현재 37개의 발전용 원자로를 지니고 있으며, 현재 20개를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러시아는 7, 인도는 6, 한국은 3개의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사용되어 왔던 원자로보다 더욱 저렴하고 효율적이고 안전한 새로운 설계의 원자로들을 선보이고 있다. 오늘날 가장 널리 보급된 발전용 원자로는 경수로다. 물로 고체 핵연료를 냉각시키고, 수증기를 만들어내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경수로의 대안 중에는 경수로를 개량한 소형 모듈 원자로가 있다. 이것은 이론상 경수로보다 더 빠르고 값싸게 만들 수 있으나 낼 수 있는 힘은 작다. 그 외에는 용융염로도 있다. 용융염을 사용해 핵연료를 냉각시키고, 핵폐기물을 덜 발생시키는 설계다.

미국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신뢰성 높은 발전 방식인 원자력을 줄이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원자력은 여러 나라에서 화석 연료를 대체할 청정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지냈던 핵 물리학자 어니스트 모니즈 역시 작년 7월에 탈핵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에너지 및 안보 관련 수뇌 회의에서 미국의 탈핵은 온실 효과 없는 에너지를 버리고, 국가 안보를 약화시켜 환경적, 전략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평가들은 미국이 신뢰성 높은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포기할 경우, 전략적 위협에 노출된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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