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화폐는 어떤게 있을까? 얍 섬에서는 거대한 원반 모양으로 가공한 석회암을 무려 수 백년 동안이나 주요 화폐로 썼다. 이름은 <라이>다. 얍 인들은 이 돈을 결혼식이나 인질 몸값 지불 등 중요한 사회적 거래에 사용했다. 그런데 얍 섬에서 <라이>가 활발하게 사용되던 시절에, <라이>의 주산지는 배를 타고 5~8일이나 걸리는 팔라우의 채석장이었다. 그래서 <라이>의 출처를 연구하고자 팔라우에 갔다.
석회암 채굴은 위험하다. 채석장을 연구하러 가는 일조차도 매우 힘들다. 팔라우는 지형이 거칠어 추락 사고를 일으켰다가는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그리고 덩굴 옻나무보다 1,000배는 더 독한 독덩굴들도 있다.
어느 해 여름에는 양충이 창궐해 속옷만 입고 일한 적도 있다. 그 벌레들은 아주 곤란한 곳으로만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친 지형과, <라이>를 가져오는 힘든 보트 여행이야말로 <라이>의 가치를 높여주는 요소였다.
어떤 <라이>는 “눈물 없는 돌”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 그걸 깎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누구도 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면 큰 돌도 화폐로서는 보석과 비슷하다.
어떤 루비가 여왕의 소유물이었다면 그 루비의 가치는 올라간다. <라이> 역시 관련된 이야기에 따라 가치가 변한다. “눈물 없는 돌”의 가치는 매우 높다. 제작 및 운반 과정에서 사람이 죽지 않은 돌은 희귀하기 때문이다.
현재 얍 인들은 일상 거래에 미국 달러를 사용한다. 그러나 특별한 때에는 여전히 <라이>를 꺼내온다.
by 스코트 피츠패트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