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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의 과학 '유아도해'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18.09.14 14:37
  • 수정 2018.09.1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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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수술용 도구로 2.4cm짜리 부리토(옥수수 가루로 만든 tortilla에 고기·콩 등을 싼 음식)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이유는 햄스터 때문이다. 널리 퍼진 유튜브 동영상인 <작은 부리토를 먹는 작은 햄스터>를 보면 이 동영상에서는 어떤 사람이 매우 작은 닭고기와 검은콩 부리토를 만든 다음,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는 햄스터에게 그 음식을 주면 햄스터는 포커 칩만한 접시 위에 부리토를 담아 먹는다. 햄스터의 볼은 만족스러운 듯이 불룩해진다. 놀랍다.

 

이런 류의 동영상은 인터넷 전체에 퍼져 있다. 엄청나게 작은 생일 축하 상, 엄청나게 작은 로맨틱한 데이트, 있을 법하지 않은 상황에 귀여운 동물들이 연출하는 엄청나게 작은 파티 등 이런 동영상들의 누적 조회수는 수백만 회에 달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런 아주 작은 것들을 좋아하는가? 인간이 생활 속의 작은 것을 귀중하게 여기도록 만들어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동영상의 주인공은 보통 큰 머리와 큰 눈을 지닌 작은 동물이다. 이런 특징들을 모두 모아 <유아도해>라고 부른다. 이 용어는 오스트리아의 동물 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1943년 논문에서 사용했다. 인간 유아는 유아도해의 원형적 화신이다. 로렌츠는 인간이 유아적 특징을 귀엽다고 느끼도록 진화한 이유를 유아가 매우 미숙하다는 데서 찾는다. 유아를 귀엽게 느낄 수 있어야 본능적으로 유아를 돌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반응은 인류의 생존을 돕는다. 사실 유아도해의 힘은 매우 강하다. 유아도해를 지닌 다른 생물들에게도 매력을 느낄 정도다.

 

말레이시아의 이미지니어링 연구소 소장 에이드리언 데이빗 척은 <가와이>를 연구하고 있다. <가와이>는 일본어로 귀엽다라는 뜻으로, 귀여운 것을 중시하는 일본의 주류 문화 사조다. 그는 인간은 로봇도 컴퓨터도 아니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아이는 물론 개나 고양이 등 다른 동물의 새끼도 귀엽다고 여긴다. 그 동물 새끼들이 인간 아기와 같은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이는 연구로도 증명되었다. 수십 건의 연구를 통해 작은 것일수록, 인간이나 짐승의 아이와 닮은 것일수록 보호심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사람은 동물 새끼 사진을 보면 미소를 짓는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사람에게 아기 사진을 보여주면 측좌핵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측좌핵은 보상을 예측하는 두뇌 영역이다. 귀여운 것을 보면 집중력과 업무 능력이 향상된다는 증거도 있다. 이론적으로 볼 때 도움이 필요한 대상에는 더 큰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아도해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매우 강렬하다. 비생명체의 유아도해에도 반응할 정도다. 2011년의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유아도해가 나타나도록 자동차의 사진을 손보았다. 아기의 큰 눈과 작은 코와 비슷해 보이도록, 헤드라이트는 크게, 그릴은 작게 만들었다. 그 결과 원 사진보다 이렇게 바뀐 사진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고, 더 많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산업디자인에서도 제품의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면 더욱 매력적으로 보여 판매고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에서 좋아하지 않는 특징을 지닌 작은 동물들도 있다. 인간은 어떤 작은 동물에게는 귀여움을 느끼지 않는다. 바퀴벌레를 귀여워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그 원인 중 하나는 그런 동물들은 야수적인 특징(작은 머리, 큰 몸, 구슬같은 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들은 유아도해에 맞지 않는다. 물론 일부 거미들처럼 못생겼지만 귀여운동물들을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동물들도 로렌츠가 제시한 유아도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눈이 없는 것에도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 앞서의 부리토는 눈은 커녕 얼굴이 아예 없다. 대신 매우 정밀한 공예를 통해 만들어졌다. 도쿄 가쿠에이 대학의 교수이자 <귀여움의 미학과 영향(Aesthetics and Affects of Cuteness)>의 공저자인 조슈아 폴 데일은 인간은 물건이 작을 때, 그리고 매우 잘 만들어졌을 때 귀여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귀엽다는 뜻의 영단어 “cute”의 원 뜻이 똑똑한”, “현명한인 것도 납득할 수 있다. , 우리는 작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기술을 인정하는 것이다. 팔뚝만한 부리토를 만드는 것보다는 엄지손가락만한 부리토를 만드는 것이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이 작고 공들여 만들어진 물건들은 사람들에게 놀이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것 역시 이 물건들의 매력이다. 심리학자 게리 셔먼과 조너선 하이트는 귀여움이 보호본능 뿐 아니라, 재미를 추구하는 아동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이론을 만들었다. 작은 물건을 가지고 놀려는 욕구는 놀이를 통해 사회화를 이루려는 아이들의 욕구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리고 그 욕구를 작은 물건들로 전이시킨 것이다.

 

분명 기술과 유희성은 작은 물건들에 매력을 더한다. 또한 이들의 작은 축소비율이 주는 큰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미니어처를 보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실제보다 훨씬 강하게 여긴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는 저서 <야생의 사고>에서 인간은 작은 물체를 볼 때 만족감을 느끼는데, 그것은 물체가 작으면 한 눈에 다 들어오고, 덜 위협적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은 마을 미니어처, 장난감 병정, 미니어처 티세트 등을 보면 우리는 거인이 되거나 고질라가 된 느낌을 받는다.

 

그런 힘은 오직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나온다. 보틀쉽을 만들거나 <작은 고슴도치의 작은 생일> 같은 동영상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것은 두뇌가 작은 생일 케이크와 파티 모자를 쓴 작은 고슴도치를 보면서 정신적 보상을 얻고, 스스로를 강하고 집중력이 뛰어나며 행복하고 이들 작은 생명체를 살 수 있게 해 줄만큼 유능하다고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 인간은 작은 물건들에 쉽게 지배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 있는가? 어쨌든 귀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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