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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에 숨겨진 작고 지저분한 비밀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18.09.1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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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TV 뉴스 제작자들을 불러 모으기는 쉽다. 특히 캘리포니아처럼 모든 것이 천천히 돌아가는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200796일 오전 823, 새크라멘토의 어느 주차장 상공에는 KCRA 방송국의 헬리콥터 라이브콥터 3호기가 제자리 비행을 하면서 느리게 움직이는 빨간 밴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그 밴 뒤에는 검은 색과 흰색으로 칠해진 경찰 순찰차가 따라가고 있었다. 밴이 멈추자마자 하얀색 제빵사 모자를 쓴 사나이가 밴에서 나왔다.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그 사나이는 어딘가로 도망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양팔에 빵 반죽 덩어리를 힘들게 들고 방송 기자가 내민 마이크 앞으로 왔다. “이 반죽 덩어리의 무게는 약 18kg정도다.”그가 그렇게 말하자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샌 프란시스코의 부딘 제과는 그 도시에서 제일 오래 된 제과점이다. 또한 가장 유명한 효모 빵 제과점이기도 하다. 방금 TV에서 촬영한 장면은 부딘 제과의 새 지점에 이 회사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물품이 전달되는 장면이었다. 부딘 제과는 1849년부터 박테리아와 효모가 풍부한 <발효종>을 사용해 왔다. 발효종은 작은 크기의 산성반죽이다. 제빵사가 발효종에 밀가루와 물을 줘서 발효종 속의 미생물을 키우면, 발효종은 커지고, 발효종 속의 효모로 인해 특유의 톡 쏘는 풍미가 난다. 잘 관리하면 발효종 하나로 수 십년, 심지어는 수 백년에 걸쳐 수 십억 개의 빵을 만들 수 있다.

 

이 산성반죽 속에 들어 있는 박테리아 중 주류는 락토바실루스 산프란시스센시스다. 이 박테리아는 젖산과 아세트산을 생산한다. 이 젖산과 아세트산은 특유의 신맛을 낸다. 수 십년 동안 식도락가와 부딘 제과의 제빵사들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은 이 도시의 안개와 온화한 기후 때문에 이 미생물이 잘 자라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미생물의 생장을 도운 것은 곤충이었다.

 

20177, 제빵사 이안 로우는 곤충과 빵 사이의 특이한 관계를 파헤친 뉴스를 보고 반응했다. 그의 반응은 주변의 산성반죽 애호가들을 불러 모았다. “이제 곤충 똥의 진가를 인정할 때다.”라고 28,000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에게 말한 것이 그 반응이었다.

 

매년 전 세계에서 50여 명의 제빵사들이 로우에게서 산성반죽 굽는 기술을 배우러 태즈매니아 론스스톤에 있는 그의 어피스 제과에 온다. 로우는 식물 사육, 미생물학, 제분학, 오븐 열역학 등의 서적을 집중적으로 읽었으며, 기초 화학, 생화학, 분자 생물학을 독학했다. 빵 내의 미생물군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또한 공개 드롭박스 파일에 상세한 제빵법을 올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했다.

 

7, 로우는 새로 나온 미생물학 논문을 읽었다. 과학자들이 산성반죽 안의 L. 산프란시센시스를 발견해 낸 지 40여년이 지나 나온 이 논문에 따르면 그 박테리아는 밀밭과 곡물 창고에 사는 곤충 내부에 산다고 한다. 식물성 소재의 발효 과정에서 번식하는 박테리아를 곡물 생태의 일부로 보는 것은 타당하다고 로우는 말한다. 이들은 지역적 기원이 같은 것이 틀림없고, 섭씨 18~26도에서 번식한다. 로우는 과학자가 아니었으므로 이를 입증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연구 내용과 평생에 걸친 경험을 통해 곤충의 내장이야말로 효모에 필요한 미생물을 위한 완벽한 매개체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곤충들은 수 천년 동안 인간이 먹다 남은 곡물을 먹었다. 오늘날 살펴보면 이 곤충들은 우리 조상들의 요리를 도왔을지도 모른다. 수 천년 전의 신석기 시대 문명은 외알밀이나 엠머밀 등의 야생밀을 재배했다. 그 다음 수확한 밀알을 갈아 물에 섞어 죽을 만들었다. 이 죽을 뜨거운 돌 위에 놓고 구우면 플랫브레드가 된다. 그리고 나서 지금으로부터 6,000년 전, 어디서인지는 모르지만 부주의한 요리사가 밤새 죽을 어디에 놔두고 있었다가 아침이 되니 거품이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발효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이렇게 발효된 죽을 오븐으로 구우면 부풀어 오르면서 식감이 좋고 향기로운 빵이 된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빵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이런 우르식 빵은 과연 산성반죽이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빵은 중동과 유럽에 퍼져나가 서구 문명의 주요 영양 공급원이 된다. 그 제작과정은 간단하다. 밀가루와 물로 반죽을 만들어 며칠 동안 발효하게 놔두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더 많은 밀가루와 물을 가하면서 야생 효모와 곡물의 락토바실리가 자기 일을 잘 해 가스를 일으키고 밀가루 반죽을 두텁게 할 만큼 따뜻한 곳에 둔다. 그 다음 이 <발효종>를 조금 떼어내 다른 밀가루 반죽에 붙인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오븐에 구우면 빵이 완성된다.

 

그러나 누구도 발효종 내부에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반응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19세기 중반 루이 파스퇴르가 효모가 당을 알코올과 가스로 바꿈으로서 발효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밝혀낸다. 이로서 제빵용 고농도 효모가 발명되었다. 이것 때문에 노동력이 많이 드는 제빵 시간이 며칠에서 몇 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이 효모는 단일재배 발효를 하는데, 생화학성과 영양적 다양성이 떨어진다. 이 효모 때문에 오늘날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맛없는 대량생산형 빵의 출현이 가능해졌다. 이런 빵은 보통 점증제와 첨가제가 수십 가지나 들어간다. 유럽의 구식 제빵 기법은 대량 생산식 제빵 기법의 맹공격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1990년대가 되어서야 숙련공으로 인해 고농도 효모를 퇴출시키고 산성반죽과 발효종 방식으로의 회귀가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빵사들과 음식 연구가들에게 산성반죽 미생물의 기원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는 게 앤 매든의 설명이다.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 대학의 연구자인 그녀는 스스로를 미생물 전략가로 부르고 있다. 그녀는 지도교수인 로브 던과 함께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전 세계적이지만 작은 연구자 모임에 가입해 있다. 이 모임에서 진행하는 산성반죽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서 발효종 표본 550여 개를 모았다. 이들 중 일부는 여러 세대에 걸쳐 전수되어 온 것이다. 이는 발효종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을 알아내기 위한 시도다.

 

샌 프란시스코 산성반죽의 신비를 풀기 위해 처음으로 나선 사람은 T. 프랭크 스기하라와 레오 클라인이다. 이 두 미생물학자들은 1970년대 베이 에이리어에서 미 농무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샌 프란시스코 산성반죽과 똑같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미국 제빵사는 샌 프란시스코에서 80km 이상 떨어진 곳에는 없다고 할 정도였다. 또한 다른 곳에 보내진 발효종도 커지기는 하지만 특유의 신맛을 잃어버렸다. 그들은 효모와 박테리아가 상호작용으로 빵 반죽을 부풀게 하고 맛을 좋게 한다는 기념비적인 연구결과를 얻어냈다. 이 박테리아는 훗날 좋은 산성반죽을 만들어낸 도시의 이름을 따서 락토바실루스 산프란시센시스로 명명되었다.

 

산성반죽 발효종은 서로 보완적인 락토바실리와 효모가 1001의 비율로 섞여 만들어진 생태계다. 밀가루 속의 효소가 녹말을 분해해 맥아당으로 만든다. 그러나 산성반죽 효모는 맥아당을 대사시킬 수 없다. 산성반죽 효모는 반죽 내의 다른 당을 먹어 이를 과당, 포도당 등 더욱 단순한 형태로 만든다. 그리고 이를 가지고 에너지를 추출하는 발효 과정을 진행한다. 이게 이루어지면 남는 것은 약간의 에탄올과 반죽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다. 그 동안 락토바실리는 맥아당을 분해해 맛있는 산을 배출한다.

 

산성반죽에서 효모와 락토바실리는 상호작용한다. 그러나 누구도 락토바실리가 어디서 나왔는지 몰랐다. 그건 제빵사가 첨가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동일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다른 식품들도 특유의 맛이 나지 않았다.

(빵에 숨겨진 작고 지저분한 비밀2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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