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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 두더지쥐로 노화를 정복하려는 '구글'

못생긴 생물이지만 인간의 장수를 도울 것이다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8.02.0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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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겼지만 사랑스러운 벌거숭이 두더지쥐

곰퍼치안 법칙은 그 이름은 어렵지만, 이해하기는 쉽다. 포유동물이 나이가 많이 들수록 죽을 확률도 높아진다는 법칙이다. 이는 사실이다. 그러나 벌거숭이 두더지쥐에게는 예외다. 노화의 비밀을 밝히겠다는 큰 목표를 지닌 캘리코 연구소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벌거숭이 두더지쥐의 사망률은 꼭 나이에 비례하지는 않는 것이 밝혀졌다.

이 털 없는 기이한 생물은 만화 <킴 파서블>에서 나초를 좋아하는 의인화된 조연으로 나와 유명해졌다. 이 생물의 수명은 놀랍도록 긴데다가,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 여러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대부분의 포유류가 느끼는 방식으로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현재까지 연구용으로 사용된 수백 개체 중 암이 발병된 것도 극소수다. 이 생물은 한 번에 18분까지 숨을 참을 수 있으며, 그렇다고 눈에 띄는 부작용도 나타내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그렇다고 해서 벌거숭이 두더지쥐가 불로불사의 열쇠를 갖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의 생물학과 실습교수인 스탠 브로드는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기는 싫다.”고 말한다. 그도 벌거숭이 두더지쥐를 가지고 연구를 하고는 있으나, 앞서 언급한 캘리코의 연구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야생 상태의 동물들은 나이가 어릴 때 포식자나 기타 자연적 요인에 의해 죽을 확률이 높지만, 이러한 취약 시기를 이겨낸 동물들은 오래 사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캘리코 연구에서 밝혀낸 벌거숭이 두더지쥐의 장수 양상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연구소에서의 생존률은 분명히 더 높게 나타났다. 자연적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생존률과 긴 수명은 벌거숭이 두더지쥐에게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브로드는 거북이와 떡갈나무의 사례를 든다. 두 생물은 야생 상태에서도 긴 수명을 갖는다. 다만 어릴 때에는 매우 취약하므로, 무수한 포식자들로부터 살아남아야 긴 수명을 누릴 수 있다. 반면 쥐는 야생에서건 실험실에서건 3년밖에 살지 못한다. 쥐의 수명은 환경의 안전함과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쥐들도 나이를 먹으며, 나이를 먹을수록 죽을 확률도 높아진다.

그렇다면 왜 바다거북이나 100년 묵은 대왕조개 말고 벌거숭이 두더지쥐를 주목해야 하는가? 그리고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캘리코 사의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가?

아마도 그 이유는 이 동물의 말단소체에 있는 것 같다고 브로드는 말한다. 말단소체는 새 펜의 뚜껑과도 같다. 이것은 DNA 가닥의 파손 및 열화를 방지한다. 그러나 말단소체 자체도 세포의 수명주기에 따라 손상을 입는다. 말단소체가 사라지면 세포는 더 이상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 매우 과학적이고 분자적인 과정을 흔히 노화라고 부른다. 구글, 아마존, 페이팔 등의 억만장자 설립자들은 노화를 멈추고자 한다.

브로드는 벌거숭이 두더지쥐들은 말단소체를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포 주기가 훨씬 많다. 이는 매우 효과적인 수명 연장 방법이다.”라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아직 벌거숭이 두더지쥐의 세포가 이런 능력을 왜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야말로 다음 연구과제일 것이다.

브로드는 이것이 진화의 산물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쥐는 끊임없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신속하게 다수의 자손을 낳는 것이 생물학적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 선택의 마법을 통해 수명을 늘리는 특성을 선택할 여지가 크지 않다.

반면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굴을 파고 군락 생활을 하므로 야생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살 수 있다. 지하에 있는 이들의 미로같은 집 속으로 쉽게 들어올 수 있는 포식자는 없다. 이들은 뿌리와 덩이줄기를 주식으로 하므로, 집 밖을 떠날 일도 거의 없다. 여왕 두더지쥐는 여왕벌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일꾼 쥐가 지키고 있다.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신속한 번식을 위한 특성보다는 장수에 유리한 특성이 자연 선택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로드는 두더지쥐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러나 훌륭한 생물학을 통해 그 특별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내야 할 것이다.”

By Amal Ahm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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