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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섹스의 과학적 상관관계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에 배급된 콘돔 11만 개 중 상당수가 사용되지 않았다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18.03.20 14:53
  • 수정 2018.03.2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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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선수촌은 어떤 곳인가? 기숙사처럼 생긴 숙소들은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리고 신체적 능력이 최고조에 달한 젊은 선수 수천 명이 있다. 올림픽 시즌마다 틴더 같은 데이팅 앱의 사용량이 폭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올림픽 선수촌은 섹스의 낙원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역대 최대량인 11만 개의 콘돔이 지급되었다. 선수 1인당 38개 꼴이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가 경기 전 섹스를 하면 진다는 미신 때문에 사용되지 않았다. 물론 그런 믿음을 생리학적이나 심리학적인 견지에서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어쩌면 경기 전에 금욕한 선수들은 경기력이 향상되는지도 모른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은 많다. “경기 전에 금욕하라는 지시를 들으면 경기장에서 공격성이 유지된다는 이론도 있다. 경기 전 금욕하면 섹스가 아니라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론도 있다. 또 오르가즘을 맛보면 체력이 저하된다는 이론도 있다.

공격성과 집중력, 체력이 저하되면 올림픽 경기에서 경기력은 떨어진다. 그리고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메달을 딸 기회는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수많은 동계 올림픽 선수들이 경기 기간 중 금욕한다.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포함해 5개의 금메달을 딴 채드 헤드리크 역시 그랬다. 스노우보더 그레첸 블라일러 역시 현재의 남편인 크리스 호텔과 경기 전에 섹스하지 않았다고 지난 2006ABC 뉴스에서 밝혔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보면 그렇게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지난 2016년 국제 연구자들은 경기 전 섹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실시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학회지 <심리학 프론티어> 지에 실렸다. 이들은 이 주제에 대한 기존 데이터의 여러 중요한 문제들을 지적했다. 우선 섹스가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방법에 대한 학계 내의 의견 일치가 전혀 없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실시된 연구가 두 건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다른 종목의 여러 스포츠에 대해 같은 방법으로 실시된 연구도 두 건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표본 크기도 작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 기존의 연구에 따르면 섹스는 경기력을 하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향상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68년의 어느 연구에서는 금욕을 한 남성과 섹스를 한 남성의 악력을 비교했으나 아무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연구는 시간이 갈수록 복잡해졌다. 지난 1995년의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금욕을 한 남성과 섹스를 한 남성을 러닝머신 운동을 시키고 유산소 능력, 산소 흡입량, 기타 유산소 요인들을 비교했으나, 역시 아무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직전보다는 경기 하루전에 섹스를 하는 것이 더 좋다고 볼 근거는 있다. 지난 2000년의 연구에서는 15명의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섹스를 한 후 2시간, 그리고 10시간이 지난 후의 심장 활동, 테스토스테론 수치, 집중력, 심장 스트레스를 비교했다. 섹스 후 2시간이 지난 운동선수들은 10시간이 지났을 때보다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회복되는 데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2004년의 어느 연구에 따르면 운동선수들은 일반인에 비해 양과 질 면에서 비교가 된다. 그렇다면 엄청난 섹스를 하면 경기력이 소진되고 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20명의 공저자가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섹스의 운동 효과는 시간당 210칼로리 정도라고 한다. 인간은 한 번에 평균 6분 정도 섹스를 할 수 있으므로 운동 효과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경기 전에 섹스를 하면 심리적으로 좋은 효과도 있다. 긴장을 풀어주는 즐거운 활동이기 때문에 선수의 경기력을 높여줄 수 있다. 그러나 올림픽 선수들의 섹스 지침으로 만들기에는 데이터가 엉성하다.

기존 연구에서 못 보고 지나간 큰 맹점은 자위행위다. 과학자들은 자위행위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한 적이 없다. 그리고 섹스의 질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된 적이 없다. , 엘리트 운동선수들 사이에 미신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금욕을 해도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없더라도 위약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확실히 밝혀진 것은 올림픽 경기 직전에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 결론도 큰 규모의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것은 아니다. 그리고 올림픽 선수들은 지구상 어느 누구보다도 훌륭한 몸 상태로 경기에 출장하므로, 그 때 섹스를 못한 것을 후회할 수도 있다.

(그리고 섹스와 스포츠에 대한 대부분의 기존 데이터는 남성 선수들에 관한 것이다. 과학적 연구가 주로 남성 선수들에 대해서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남성 선수들 중 대부분은 이성애자이지만 소수의 동성애자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성별이나 성적 취향을 가진 선수들이라도 섹스를 통해서 힘을 얻기를 바란다.)

By Erin Bla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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