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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는 있다"...가족도 아닌데 비슷한건 어째서?

셀 리포트 게재 논문 "비슷한 사람들은 비슷한 유전적 변이 갖고 있다"

  • 기자명 김윤경 기자
  • 입력 2022.08.26 09:30
  • 수정 2022.08.2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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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파퓰러사이언스
출처=파퓰러사이언스

헤어졌던 일란성 쌍둥이가 만나는 것과 달리 어떠한 혈연 관계가 없는데도 닮은 사람을 만나는 일은 신기하다. 도플갱어(doppelgängers)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닮은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이들이 비슷한 유전적 변이(DNA 차이)를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그럴거라 짐작은 했어도 과학적인 검증은 되지 않았던 점이다. 

스페인 호셉 카레라스(Josep Carreras) 백혈병 연구소의 마누엘 에스텔라 소장은 이전에도 일란성 쌍둥이의 신체적 차이를 연구했고, 그 반대로 닮았지만 친척 관계가 아닌 사람들을 조사해 왔다.  

지난 23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셀'(cell)의 온라인 자매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게재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에스텔라 소장을 비롯한 연구팀은 매우 유사한 얼굴 특징을 갖는 사람들의 경우 키나 몸무게 같은 신체적 특징, 행동, 생활 방식 특징과 관련한 동일한 유전적 변이 중 일부를 공유하고 있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NA 메틸화와 마이크로바이옴 프로파일은 인간의 유사성에 약간만 기여한다.

에스텔러 소장은 "수십년 동안 가족관계가 아닌, 서로 닮은 개체의 존재가 있다는 건 입증됐지만 그건 과학적 정당성을 갖고 있진 않았다"면서 "이미지 공유를 위한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의 광범위한 사용을 통해 이제 그러한 사람들을 식별하고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프랜시스 브루넬(Francis Brunelle)의 사진 프로젝트 '나는 닮지 않았어!(I’M NOT A LOOK-ALIKE!)'
프랜시스 브루넬(Francis Brunelle)의 사진 프로젝트 '나는 닮지 않았어!(I’M NOT A LOOK-ALIKE!)' 참여자들 가운데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 일부. 

연구팀은 연구를 위해 캐나다 예술가 프랜시스 브루넬(Francis Brunelle)의 사진 프로젝트 '나는 닮지 않았어!(I’M NOT A LOOK-ALIKE!)'로부터 32쌍을 모집했다. 이들은 모두 DNA 테스트를 받았고 생활 습관과 관련한 질문지를 작성했다. 

연구원들은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참가자들의 얼굴 사이의 유사성을 정량화했다. 32쌍 중 16쌍은 이를 통해 일란성 쌍둥이와 유사한 전체 점수를 기록했다. 연구원들은 그리고 나서 이 16쌍의 '도플갱어'들의 DNA를 비교해 그들의 DNA도 비슷한지 여부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렇게 '진짜로' 닮은 16쌍의 유전자는 '덜 비슷하다'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평가된 나머지 16쌍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16쌍의 게놈(genome: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한 말로, 하나의 세포에 들어 있는 DNA의 염기 배열 전체를 뜻함)은 타액 샘플과 마이크로바이옴을 모두 사용해 후성 유전학적 프로파일에 기초해 분석됐다. 16쌍 중 9쌍은 인간에서 가장 흔한 유전적 변이 유형인 단일염기다형성(SNP)을 갖고 있었다. 후성 유전학이란 DNA 염기서열 차이에서 기인하지 않았지만 대물림되는 유전자 발현에 대한 연구이다. 즉,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대물림되는 현상에 대한 연구라 보면 된다. 

연구된 16쌍 중 상당수는 비슷한 체중이었는데  분석 결과 이는 이들의 행동적 특성(흡연, 교육 수준 등)과 상관관계가 있었으며, 공유된 유전적 변이가 행동과 신체적 특징 모두에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에스텔러 소장은 "연구 결과는 생물의학과 진화, 법의학 등의 분야에서 향후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면서 "얼굴 분석으로부터 사람의 게놈을 추론할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유전적 돌연변이의 존재를 감지하고 질병 예방을 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과학자들이 경우 법의학 적용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프네 마르첸코 미 스탠퍼드대 생물의학윤리센터 박사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얼굴 알고리즘이 주거, 고용, 범죄 프로파일링 등에서 사회적 인종적 편견을 강화한 사례를 들며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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