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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백신도 안 맞는데 병원균을 어떻게 이길까? 답은 ‘후성유전’

한국연구재단, 포항공대 공동연구로 병 저항성 기억 메커니즘 규명
DNA 메틸화 감소한 식물이 병원균에 높은 저항성 나타내
후성유전학적 조절 통한 친환경·무농약 및 새 작물 개발 가능성 열어

  • 기자명 신희승 기자
  • 입력 2023.06.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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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은 12일 포항공과대학교 황일두·서울대학교 황대희·이화여자대학교 노태영 교수 공동 연구팀이 DNA 메틸화와 관련된 식물의 병 저항성 기억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는 기사 및 보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한국연구재단은 12일 포항공과대학교 황일두·서울대학교 황대희·이화여자대학교 노태영 교수 공동 연구팀이 DNA 메틸화와 관련된 식물의 병 저항성 기억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는 기사 및 보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우리가 병에 걸리듯이 식물도 병원균의 공격을 받습니다. 우리는 약을 먹고 예방접종을 할 수 있지만 식물은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데요. 그럼 식물들은 어떻게 병원균의 공격을 기억하고 강력하게 방어할 수 있는 것일까요?

한국연구재단은 12일 포항공과대학교 황일두·서울대학교 황대희·이화여자대학교 노태영 교수 공동 연구팀이 식물이 병원균의 침입을 기억해 빠르고 강한 병 저항성을 갖는 기작을 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식물은 한번 뿌리를 내리면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 장소에만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는 것이 생존에 매우 중요합니다.

식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전에 경험한 병원균을 기억해서 이후 같은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더 빠르고 강력한 방어 반응을 일으키도록 진화했습니다.

그간 연구를 통해 식물이 병원균의 공격을 기억하기 위해 후성유전학적 방법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요. 후성유전은 DNA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유전자 발현의 조절과 관계가 있으며 DNA 메틸화와 히스톤(DNA 가닥이 감기는 실패)의 메틸화와 아세틸화 등의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균에 대한 식물의 방어 반응에서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 역할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했습니다. DNA 메틸화는 후성유전학의 대표 기전으로 DNA 염기에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물질인 ‘메틸기(methyl groups)’가 달라붙는 현상을 이릅니다.

연구팀은 식물이 병원균의 공격을 기억하고 방어할  때 DNA 메틸화를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식물 돌연변이체에서 병 저항성을 측정하고 DNA 메틸화와 식물 병 저항성 사이의 연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를 통한 식물의 병 저항성 기억 모델. DNA 메틸화가 감소하면 식물은 병원균 공격에 더 빠르고 강력한 방어 반응을 일으키도록 준비된 상태가 된다. 이후 병원균이 식물을 공격할 경우 병 저항성 유전자 발현이 빠르게 증가해 식물의 병 저항성이 증가한다. [사진=포항공과대학교 황일두 교수]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를 통한 식물의 병 저항성 기억 모델. DNA 메틸화가 감소하면 식물은 병원균 공격에 더 빠르고 강력한 방어 반응을 일으키도록 준비된 상태가 된다. 이후 병원균이 식물을 공격할 경우 병 저항성 유전자 발현이 빠르게 증가해 식물의 병 저항성이 증가한다. [사진=포항공과대학교 황일두 교수] 

그 결과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가 감소한 식물이 병원균에 높은 저항성을 가지며 DNA 메틸화가 변화된 유전자군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유전자들을 포함하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또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가 감소한 유전자는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유전자 발현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이 유전자들이 다른 유전자들과 차별화된 염색질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구팀은 여러 식물 개체군에서 DNA 메틸화 수준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가 감소할 경우 식물의 병원균의 공격에 더 빠르고 강력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확인되었는데요. 이를 활용하면 친환경, 무농약 농업을 촉진하고 병 저항성이 강한 작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황일두 교수는 “기존에는 기능이 불분명하고 가설로 존재하던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가 유전자의 발현 조절과 연관되어 있음을 밝힌 것”이라면서 “후성유전학적 조절을 이용한 병 저항성 향상을 통해 친환경․무농약 및 수확량이 증대된 작물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는 국제 유전학분야 학술지 ‘지놈 바이올로지’에 지난달 5일 게재됐습니다. (논문명: DDM1-mediated gene body DNA methylation is associated with inducible activation of defense-related genes in Arabidop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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