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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과학]무(無)의 상태에서 사과파이를 만드는 법

해리 클리프 <다정한 물리학>
실험물리학자의 실감나는 우주의 기원 찾기

  • 기자명 김윤경 기자
  • 입력 2022.09.10 10:30
  • 수정 2022.09.1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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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 물리학자 해리 클리프. 출처=트위터
입자 물리학자 해리 클리프. 출처=트위터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사과파이를 만들려면, 먼저 우주부터 만들어야 한다"( If you wish to make an apple pie from scratch, you must first invent the universe)

<코스모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이 한 유명한 말이다. 우주의 기원을 사과파이에서부터 추적하겠다고 하면 어마어마하게 추상적이고 막연했던 과제가 조금은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이 느껴질 수 있단 점에서 널리 애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입자물리학자로 유럽 입자가속기센터(CERN)에서 초대형 가속기로 입자를 연구하는 실험물리학자 해리 클리프(Harry Cliff)의 저서 <다정한 물리학>의 원제는 'How to Make an Apple Pie from Scratch'(무의 상태에서 사과파이를 만드는 법). 우주의 기원을 찾고 만물의 최소 단위를 찾는 하나의 방법과 길을 자신이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 보겠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이 책에선 실험물리학자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론물리학자들의 글이 '말의 성찬'인 것 같다면 클리프의 글은 '경험과 행동의 성찬'에 가깝다.   

클리프가 들려주는 입자물리학 이야기, 특히 대학원 시절부터 입자가속기가 가동되는 현장을 뛰어다니며 온몸으로 물리학을 공부한 것이라든지, 힉스 입자가 발견되던 순간 CERN에서 연구원들과 축배를 든 이야기 등은 그저 재미있게 '체험기'로 읽어도 좋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이 거대한, 신비한 세상의 탄생 비밀을 탐구하는 과학의 일부라 생각하면 좀 더 흥미진진해진다. 힉스 입자는 2013년 CERN의 연구진들이 양성자를 이용해 138억년 전 우주를 만들어낸 빅뱅을 재현하는 실험에 나섰을 때 모습을 드러냈다. 

클리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탈리아 그랑사소 국립연구소, 미국 아파치포인트 천문대, 최근 중력파를 발견해 유명해진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도 직접 방문해 현장에서 일하는 실험가들의 일상을 실감 나게 담아냈다. 

책의 말미엔 부록으로 '무에서 시작하는 사과파이 조리법'도 실려 있다. 조리시간은 138억년. 재료는 약간의 시공간과 쿼크장 6개와 렙톤장 6개, 암흑물질 등이다. 마트에서 파는 것들은 아니라 직접 만들어 볼 수는 없겠지만 우주의 기원과 우리의 존재에 대한 신비감이 일상으로 훅 파고드는 느낌을 주기엔 충분하다.  

클리프는 힉스 입자 발견 때의 경험을 토대로 TED에서 '현대 물리학의 끝과 다음'이란 강의를 했는데 놀라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명강의에 올랐다. 대중을 위한 과학의 언어를 잘 요리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점에서 그가 존경한다는 칼 세이건의 모습이 겹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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