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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퓰러사이언스 2022 가을호]뜻밖의 진화(FRINGE BENEFITS)

벼랑 끝으로 내몰린 동물들은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새로운 행동과 속임수를 익히고 있다. 

  • 기자명  jason bittel
  • 입력 2022.10.13 14:40
  • 수정 2022.10.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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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들은 이 행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날개로 나는 새들과 지느러미가 달린 물고기들, 네 발로 움직이는 동물 등 인간의 이웃들은 위기를 느끼고 있다. 많은 동물들이 인간이라는 종(種)이 초래한 압박과 병폐로 인해 생명을 잃었지만 생존한 일부는 적응하고 있다. 용감한 동물들은 전에 목격한 적이 없는 행동을 보이고, 먹이를 바꾸고, 심지어 다른 모양과 크기, 색깔로 진화하고 있다.

수십 종의 동물들은 인간들에게는 위험한 지역에서 영리하게도 틈새를 발견했다. 예를 들어 송골매는 비둘기를 잡기 위해 절벽 아래로 빠르게 하강하는 대신, 이제는 고층 빌딩에 둥지를 틀고 사냥을 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오랑우탄들도 덩굴을 타고 돌아다니는 대신, 삼림 도로를 따라 숲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유럽 찌르레기는 또 다른 사례다. 인간이 들여온 이 새로운 종은 현재 그 지역의 터줏대감 새들을 몰아내고 있다.  

이런 변화는 불가피하며 영구적일 가능성이 있다. 한마디로 야생동물들이 완전한 야생 상태였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의 파충류학자이자 자연보존 및 침입 생물 전문가인 태그 엥스트롬은 “더 이상 우리가 야생동물들과 상호작용했던 이전의 세상으로 회귀할 수는 없다"며 "지구상 어디에도 훼손되지 않은 곳은 없다. 해저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쌓여 있고 남극의 빙하는 녹고 있다. 우리 인간들로 인해 세상은 변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동물의 왕국’에서 가장 대담한 종들 중 일부 사례다. 이들은 환경의 변화와 함께, 진화할 수 있는 의지와 방법을 찾아냈다.

◇사우나를 즐기는 동물들

1000파운드(약 450kg)가 넘는 대부분의 해우(海牛)들은 천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매년 겨울 '바다소'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해양 동물 수십 마리가 '한랭 스트레스'로 알려진 조용한 위협 때문에 죽는다. 

해우는 외관상 바다표범과 바다코끼리처럼 토실토실한 모습이지만, 해양 포유류가 추운 서식지에서 견딜 수 있도록 돕는 두꺼운 지방층이 부족하다. 실제로 한파가 닥쳤을 때 이 통통한 바다동물들은 저체온증과 면역력 저하를 경험할 수 있다. 몇 시간 내에 따뜻한 곳을 찾지 못하면 결국 그들은 죽게 된다.

다행히 최근 몇 년간 플로리다 남부의 바다소들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피난처를 찾았다. 바로 발전소다. 이런 시설들은 가정과 기업을 위해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냉각수 시스템을 통해 물을 순환시킴으로써 과열을 방지한다. 강과 호수로 다시 흘러 드는 이 액체는 때로 더러운 화학물질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따뜻하기도 하다. 

즉, 이 방출수가 화학물질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해우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한 저널의 연구는 플로리다 만 기온이 섭씨 20도 이하로 떨어졌을 때, 그 주에 서식하는 바다소들의 약 60%가 따뜻한 물을 방출하는 10개 발전소로만 몰리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결과 적어도 그 시설들 중 한 곳에는 관람 구역까지 생겨났다. 일반인들은 그 곳에서 아늑함을 즐기는 해우들의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음을 반기는 동물들

소음 공해는 일반적으로 야생동물에게 매우 나쁘다. 그래서 공해라고 불린다. 생물학자들은 해군 수중 음파탐지기에 의해 생성된 불협화음이 고래의 떼죽음 현상과 관련이 있고, 과도한 소음이 어린 금화조(錦華鳥)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인간이 내는 소음이 동물들에게 이로울 때도 있다.

2019년 '조류학 응용' 저널의 한 연구는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흰허리샤마까치울새’라는 작은 새가 실제로 정체 도로 근처에서 부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밝혀냈다. 실제로 환경보호 생태학자들이 태국 북부의 번잡한 도로와 숲 깊숙한 곳에 같은 수의 둥지 상자를 설치했을 때 거의 모든 알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천적의 먹이가 되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새들의 주요 공격자인 ‘녹색 고양이 뱀’과 ‘긴 꼬리 원숭이’ 둘 모두 인간에게 접근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숲에서 활동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듯하다. 연구진은 인간 근처에 기꺼이 둥지를 틀려는 새들이 궁극적으로 더 적은 위협들과 싸워도 됐다고 생각한다. 옛 속담에도 있듯 "나의 원수의 적은 나의 친구다"

게걸스러운 식객들

귀여운 작은 주둥이와 꿈틀거리는 통통한 살집, 주름 목을 가진 자라는 주 서식지인 중국과 베트남에서 별미로 여겨진다. 이 지역에서는 자라들이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할 정도로 무차별적인 포획이 이뤄졌다. 하지만 태평양 건너에서 이 자라들의 엄청난 식탐은 자연을 황폐화 시킬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동부 및 남동 아시아인들이 1850년대에 사탕수수 농장 건설 및 운영을 위해 하와이 카우아이 섬으로 이주했을 때, 이 식용 자라 몇 마리를 가져왔다. 하지만 자연의 천적이나 경쟁할 다른 민물 거북들도 없는 상태에서 이 파충류들은 점점 더 파괴의 주범이 됐다.

다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이제 지구상 다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토착종들(멸종 위기에 처한 새우와 달팽이,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망둥이가 대표적이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며 자신들이 형성한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 

환경보호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이런 교란종을 퇴치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지역 야생동물 보호기관들은 현재로서는 이 자라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카우아이 섬은 전 세계 주름 목 자라들의 천국이 됐다. 

금속 색깔로 변신하다

호주 앞바다와 뉴 칼레도니아 섬, 그리고 인근 지역에는 '거북머리 바다뱀'(고기를 잡아 먹는 파충류로 주변 환경에 따라 독성을 띤다)이 살고 있다. 보통 이 뱀들은 흑백이 교차된 줄무늬를 뽐낸다. 마치 다리가 없는 판다 곰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 생태학자들은 점차 이 뱀들의 줄무늬가 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대신 모두 검은색으로 보이는 개체가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이 거북머리 바다뱀들은 그 지역에서 집단적으로 변신을 하고 있다. 실제로 뉴 칼레도니의 수도 누메아 바로 남쪽에 서식하는 바다뱀들의 95%는 10년 남짓한 기간에 모두 어두운 색깔로 바뀌었다.

줄무늬가 없는 거북머리 바다뱀 개체군의 대부분은 인간 주거 지역과 도시의 강 하류에서 발견됐다. 저널의 2017년 연구에서 가장 분명하게 알 수 있듯, 이 바다뱀들은 꿈틀거리는 몸 속의 멜라닌이 중금속에 달라붙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다. 색을 바꾸면 오염에 시달리는 이 뱀들이 피부 속 독소를 가둬, 탈피를 할 때마다 독소를 씻어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공업암화'(industrial melanism) /*역주: 산업 오염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일부 절지 동물들의 어두운 색소 침착이 진행되는 현상/라는 어려운 용어로 칭하지만, 여러분은 그저 '멋진 변신'이라고 부르면 된다.

쓰레기를 뒤지다

만화영화 '라타뚜이'에서부터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피자 먹는 쥐 영상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는 설치류가 인간의 도시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번잡한 도시 곳곳은 이 작은 동물들이 천적을 피하고, 안전하게 번식하고, 굴을 찾을 수 있는 거의 무한한 피난처를 제공한다. 많은 설치류들이 인간의 음식 찌꺼기를 구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것이 설령 페퍼로니 조각을 먹기 위해 지하철 선로나 자전거 도로로 뛰어드는 행동을 의미해도 말이다.

현재 도시 생태학자들은 인간이 남긴 음식을 먹고 사는 행동이 어떻게 설치류의 생리를 변형시켰는지 파악하고 있다.  

2017년의 한 연구는 뉴욕 센트럴 파크에 사는 흰발 생쥐들이 진화를 통해 대사 유전자를 갖게 됐음을 발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유전자는 시골 쥐들이 주식으로 삼는 곡물과 과일, 도토리 외에도 기름진 과자와 복잡한 탄수화물의 소화를 돕는다. 전문가들은 심지어 이 아이디어에 '치즈버거 가설'이라는 그럴듯한 명칭을 붙였다. 하지만 또한 도시에 서식하는 것 자체가 설치류를 다른 방식으로 진화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널의 또 다른 2020년 연구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사는 흰발 생쥐와 들쥐들이 인근 시골 지역 쥐들보다 더 큰 두개골을 갖고 있음을 밝혀냈다. 생물학자들은 더 큰 뇌가 설치류들에게 콘크리트 정글에서 살아 남는 데 필요한 인지 능력과 기억력을 부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신체 일부까지 희생하다

코끼리는 6피트 길이의 상아를 사용해 물을 찾아 우물을 파고, 물체를 들어올리고, 나무 껍질을 뜯고, 심지어 사자와 싸우기도 한다. 다시 말해, 상아라는 이 부속품은 보기에만 장엄한 것이 아니라 매우 유용한 도구다. 그래서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한때 무차별적인 밀렵이 횡행했던 야생동물 지역이다)에 사는 아프리카 코끼리들의 상당 수가 현재 상아 없이 태어난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2021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DNA 분석에 따르면, 상아 없는 코끼리의 탄생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상아 밀렵꾼들로부터 수십 년간 공격을 받은 후 일부 무리들의 암컷 우두머리들은 특이한 유전자를 전승했다. 인간들이 소중히 여기는 암컷의 상아가 자라나는 것을 막아 사냥을 피하도록 돕는 특성을 물려준 것이다. 

아직 아무도 이 유전자들이 아프리카 코끼리의 더 많은 개체군 사이에서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또는 상아의 상실이 포유류의 생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비록 암울하긴 해도 한 종이 멸종을 피하기 위해 어떤 극단의 상황까지 견뎌낼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필자: 제이슨 비텔(Jason Bit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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