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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퓰러사이언스 2022 가을호]수중 동굴에서 역사를 만나다(WHAT LIES BENEATH)

동굴 다이빙은 위험한 취미다.
하지만 이 고생물학자들에게는 과거로 들어가는 통로를 제공한다.

  • 기자명 Riley Black
  • 입력 2022.10.14 09:30
  • 수정 2022.10.1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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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잠수부가 마다가스카르의 빈타니 동굴에서 발견한 거대한 여우원숭이의 두개골을 검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여우원숭이와 다른 멸종된 동물들의 잔해가 다수 발견된다.
한 잠수부가 마다가스카르의 빈타니 동굴에서 발견한 거대한 여우원숭이의 두개골을 검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여우원숭이와 다른 멸종된 동물들의 잔해가 다수 발견된다.

센트럴 미시간 대학의 인류학자 재커리 클루커트는 "우리는 물 속으로 천천히 내려간다. 그러면 바깥 세계의 소음과 분주함, 그리고 햇빛이 우리 뒤로 서서히 사라진다"고 묘사한다.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빈타니 동굴 입구의 광경은 거의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다. 섭씨 약 28도에 이르는 수온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거의 목욕물처럼 따뜻하다. 클루커트가 잠수를 시작하면서 바깥 세상의 혼란과 차단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돌 투성인 어두운 동굴 속으로 조금씩 더 깊게 들어간다.

그는 마다가스카르 수면에서 약 30미터 아래 지점까지 내려가는 모험을 강행한다. 그 곳에는 거대한 여우원숭이, 악마 같은 뿔 모양의 돌기를 가진 악어, 그리고 지금까지 지구에 존재했던 가장 큰 새들의 일부가 잠들어 있는 무덤이 있다. 그들은 수천년 전에 번성했다가 갑자기 사라진 세계의 잔재다(우리는 아직도 그들의 멸종 이유를 찾고 있다). 그 당시 고대 생물들의 유해는 동굴의 구불구불한 석회암 통로로 흘러내려오면서 집단 무덤을 형성했을 것이다. 오늘날 그 유물들을 한 곳에 모이도록 만든 틈과 터널들이 호기심 많은 과학자들의 유일한 통로가 되고 있다.

클루커트는 2016년부터 마다가스카르 서부 해안 근처에 위치한 이 동굴 탐사에 세 차례 참여해왔다. 하지만 수많은 화석을 완전히 발굴하는 데는 10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이 화석 뼈가 품고 있는 역사의 의미를 고려한다면 그 정도의 인내는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해골 조각들과 심지어 동굴 자체의 바위들도 인간이 동아프리카 섬에 도착하기 전후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다른 어떤 것들보다도 이 표본들은 고생물학자들이 왜 이 지역의 신비로운 거대 동물들이 사라졌는지, 그리고 인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섬의 토착 영장류와 조류, 파충류들이 남긴 많은 뼈들은 1만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들은 빙하시대가 끝난 후 발견된 고대 표본을 뜻하는 '반화석'으로 분류된다. 

연구원들은 이 동물들 대다수가 인간이 도착한 후에 멸종했다는 사실을 결국 알게 됐다. 인간이 대규모 멸종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추정은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자면 거대한 여우원숭이와 새들의 멸종은 극심한 가뭄과도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몇 년 동안 멸종의 원인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거의 10년 전 한 잠수부가 빈타니 아래에서 우연히 뼈를 발견하면서 고생물학자들은 진흙 속에 감춰진 과거를 엿볼 수 있게 됐다.

빈타니는 일부 동굴처럼 잠수부들에게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비교적 공간에 여유가 있더라도, 전문성과 주의가 요구된다.
빈타니는 일부 동굴처럼 잠수부들에게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비교적 공간에 여유가 있더라도, 전문성과 주의가 요구된다.

과학자들은 적어도 1930년대부터 해저 탐사를 위해 동굴 탐험가들과 협력해왔다. 매사추세츠 대학의 인류학자 로리 고드프리는 "동굴은 화석을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종종 죽은 동물 뼈가 그 안에 온전히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930년 당시 플로리다 지질학회와 함께 일했던 다이버들은 오실라강 수면 아래의 동굴에서 코끼리와 비슷한 동물인 마스토돈의 뼈를 발견했다. 

그것보다 최근인 2016년에는 또다른 탐험가들이 멕시코의 찬 홀 동굴에서 선사시대 인간의 유해를 찾아냈다. 2년 후 또 다른 탐험가는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의 마운트 갬비어에 있는 다수의 해저 동굴에서 홍적세(洪積世ㆍ258만년 전부터 1만년 전까지의 지질 시대) 포유류의 뼈를 발견했다.

그럼에도 빈타니는 더 특별한 장소다.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선사시대 및 현존 원숭이 전문가인 알프레드 로젠버거는 2014년 빈타니 연구를 위해 고드프리를 고용했다. 그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화석 영장류 연구에 도움을 받았던 동굴 잠수부 필립 리먼으로부터 스릴 넘치는 탐사 제안을 받았다. 

당시 첫 느낌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해 보였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고드프리는 리먼이 한밤중에 로젠버거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리먼은 수중 동굴에서 그렇게 많은 화석을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떠올린다.

현지 탐사대원 중 한 명이 2014년부터 고생물학자들이 탐험해 온 빈타니 동굴을 내려다보고 있다.
현지 탐사대원 중 한 명이 2014년부터 고생물학자들이 탐험해 온 빈타니 동굴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는 "모든 반화석 유적지는 고유한 역사를 품고 있다"며 "그래서 모든 유적지는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자체 비밀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고드프리와 그의 동료들은 이미 그 지역의 일반 동굴들을 연구했다. 이런 연구는 산소통이나 잠수복이 필요하지 않고 치명적인 위험도 거의 없다. 하지만 빈타니 수중 동굴에 있는 엄청난 표본들은 지상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과거의 모습을 엿볼 기회를 제공했다.

리먼과 로젠버거는 반화석 생물 전문가인 고드프리를 포함, 마다가스카르와 화석, 그리고 해저 동굴에 정통한 팀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그의 탐사를 단지 "위험하다"는 정도로 말하는 것은 매우 절제된 표현이다. 모든 다이빙이 위험하지만, 비좁고 칠흑 같은 어두운 공간에서 잠수하면 그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물에 잠긴 손전등, 금이 간 안면 수경, 파열된 공기 호스 연결 또는 차오르는 부유물로 인한 시야 가림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고도로 훈련된 탐사가들도 부유물이 가라앉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면 공기가 부족해질 수 있다. 2015년 한 연구에 따르면, 동굴 다이빙 도중에 사망하는 인원이 연평균 3명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탐사 목적이 항상 존재하는 재난이나 위기상황을 즐기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클루커트는 스릴을 만끽하기 위해 빈타니에 온 것이 아니었다. 그곳의 '보물창고'에 접근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결정적으로 그 수중 무덤은 수천 년 전의 신비한 동물들이 지닌 비밀 외에도 더 많은 가치를 가진 곳이다. 빈타니 안에 있는 유해들, 심지어 동굴의 돌 자체도 인간에게 더욱 긴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즉, 인간이 생태계에 재난을 초래하며 지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경고하고 있다.

잠수 준비 과정은 예상치 못한 문제에 대비하고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꼼짝 못하게 되는 경우를 치밀하게 계산하는 일이다. 심지어 그 안에 갇혀 절망적인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클루커트는 도미니카 공화국 수중 무덤에서 발견된 화석 영장류를 연구하던 대학원생 시절 이런 위험을 알게 됐다(어렸을 때 그는 육지로 둘러싸인 뉴멕시코에서 수중 세계의 매력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동료 잠수부들 덕분에 당시의 매력을 다시 경험하게 됐다). 

클루커트는 "동굴 잠수부들은 복잡한 장비들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수중 동굴은 수면 위로 다시 빨리 올라올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깊다. 장비가 부서지거나 엉뚱한 위치에 장착된다면 비록 죽지는 않더라도 하루 종일 작업을 망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들은 손전등과 안면 마스크 같은 모든 필수품은 여분을 챙긴다.

화석 위치를 표시하는 측량 장비, 해당 장소를 기록하는 카메라, 그리고 표본을 보관하기 위한 플라스틱 통도 필수품이다. 클루커트는 "우리는 동물 뼈를 이 작은 통에 가득 넣고 조심스럽게 수면 위로 운반한다. 과도한 움직임을 자제해야 하고 동굴을 빠져나가는 길에 바위와 충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유물 발견 후 운반 과정에서 실패한다면, 그것은 1000년 이상을 물 속에서 버텨온 여우원숭이 두개골에 씻을 수 없는 죄가 될 것이다.

2014년 빈타니에서 뼈를 발견하기 위해 첫 원정이 시작된 이래 탐사 시나리오는 거의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들은 2016년과 2018년, 2019년에도 그곳을 지속적으로 방문했다. 일단 팀원들이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하면 탐사 베이스캠프에 도착하기 위해 자동차와 보트를 타고 3일을 여행한다. 매일 트럭에 짐을 싣고 카라반을 타고 몇 시간의 주행 끝에 말라버린 호수 바닥과 모래 언덕을 가로질러 치마남펫소사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탐사원들과 현지에서 고용된 도우미들은 자신들의 모든 장비를 짊어지고 약 800미터 가량 걸어 다이빙 장소로 이동한다. 다이빙 준비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대개 정오다. 그들은 길게는 2주까지 하루에 한두 번씩 잠수한다.

다이버들이 잠수를 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과도하게 많은 장비를 착용하면,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
다이버들이 잠수를 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과도하게 많은 장비를 착용하면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

클루커트는 "적어도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늘에서도 기온이 섭씨 32도를 넘기도 한다. 그는 물속에서 몸이 수평으로 유지되면 보통은 잠시 동작을 멈춘다. 모든 장비가 물에 적응하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그는 "그 순간 긴장과 걱정은 사라지고 앞으로의 일에 집중하게 된다"고 말한다.

수중 동굴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터무니없이 들릴지 모르지만 빈타니는 수영하기에 비교적 쉬운 곳이다. 잠수부들이 과거에 탐사했던 미토호라는 인근 동굴 등 일부 다른 동굴들에서 만날 수 있는 공포의 병목 지점이 없기 때문이다. 클루커트는 "그 곳은 수직 및 나선형으로 수영하는 기술이 약간 필요하다. 그리고 몇 차례 정도 비좁은 공간을 빠져나오면 된다. 다만 유일한 산소통이 몸통에 묶여 있을 때, 훨씬 더 비좁게 느껴질 수는 있다"고 묘사한다. 

비교적 통로가 넓은 편이지만 잠수부들은 많은 잠재적인 위기상황과 촉박한 일정에 직면한다. 그들이 착용하는 공기통에는 4시간 정도의 호흡이 가능한 공기만 저장돼 있다. 비좁은 공간 때문이다. 

게다가 그 동굴이 매우 깊은 탓에 악명 높은 '잠수병'이 발생할 수 있다. 잠수병은 몸 안에 기포가 발생하는 증상으로, 관절통을 포함해 심지어 사망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를 피하고 감압을 위해 다이버들은 잠시 동작을 멈추기도 한다.

오리발이 물에 닿는 순간 탐사는 시작된다. 클루커트는 "대부분 시간은 반화석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쓰인다. 이는 전문가들이 그 무덤의 생성 경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설명한다. 잠수부들은 또한 매우 흥미롭게 보이는 유물들을 회수하기 위해 멈추기도 한다. 다행히 그들은 땅을 파지 않아도 된다. 손을 흔드는 것만으로도 동굴 바닥에 있는 침전물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바닥에 숨겨진 보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런 행동 자체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클루커트는 "물 속 진흙이 올라오면서 시야가 흐려지고 잠수부의 강력한 전등빛이 희미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화석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게 된다"고 말한다. 더 중요한 점은 그렇게 함으로써 잠수부들이 방향 감각을 잡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잠수부들은 이런 부유물이 작업을 불가피하게 지연시킨다는 점을 알고 있다. 따라서 작업 매뉴얼의 일환으로 침전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해가 질 무렵 그들의 작업은 마무리된다. 마지막 화석까지 꺼내서 말린 후 짐을 싸서 '고리 무늬 꼬리 여우원숭이들'을 지나쳐 걸어간다. 이 원숭이들은 영장류 사촌들(탐사대)이 동굴 주위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때때로 구경하러 온다. 탐사대는 장거리 운전을 다시 시작한다. 이어 클루커트가 요약한 것처럼 "복귀 후 짐을 풀고, 식사 및 취침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한다"

그 결과 엄청난 양의 수확물을 확보한다. 빈타니에는 뼈 잔해들이 매우 많아 그것들을 모두 가져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잠수부들은 한 번의 잠수 동안 단 두 시간 만에 약 500개의 반화석을 담을 수 있었다. 

클루커트는 "어느 곳의 유물을 수거할지 잠시 고민해야 할 때가 있다. 전부 가져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역시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새롭고 특이해 보이는 표본만 가져오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발견물조차 중요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잠수부들은 빈타니 동굴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이 동굴은 마다가스카르 수면으로부터 약 42미터 아래에 있다.
잠수부들은 빈타니 동굴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이 동굴은 마다가스카르 수면으로부터 약 42미터 아래에 있다.

예를 들어 빈타니는 현대 종들보다 약 4배 이상 큰 고대 여우원숭이인 '파키리머 인시그니스', 큰 뿔 달린 악어인 ‘보이 로부스투스'의 잔해로 가득 차 있다. 연구원들은 이 파충류가 영장류를 잡아먹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클루커트가 특정 파키리머 두개골을 발견하고 나서야 그런 주장을 입증할 수 있었다. 그는 "치아와 입천장에 부채질을 해서, 여전히 달려 있는 일부 치아를 깨끗이 했다"며 "그 때 치아색깔이 흰색이 아니라 갈색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나중에 분석한 결과, 고드프리와 동료들은 치아에 남은 검붉은 얼룩이 여우원숭이가 맞이한 치명적인 종말의 증거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늘날 친척뻘 되는 원숭이들이 악어에게 잡아 먹힐 때(그리고 부분적으로 소화될 때), 치아 색깔은 갈색을 띤다. 클루커트는 "우리가 발견한 현장에서 동물들 사이에서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첫 증거였다. 이런 고대 약육강식의 모습은 지속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빈타니의 어둠 속 무덤에 대한 탐사는 우리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특히 여우원숭이와 마다가스카르의 다른 많은 신비로운 생명체들이 사라진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일부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빈타니 주변의 다른 장소에서는, 도살된 여우원숭이의 뼈와 인간이 키우기 시작한 가축의 흔적이 발견됐다. 덕분에 고드프리와 동료들은 이전에 볼 수 없던 정확도를 앞세워 섬에서 무슨 일이 벌여졌는지 재구성할 수 있게 됐다.

빈타니의 동굴 암석(미네랄이 풍부한 물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만들어진 암석 형태)을 예로 들어보자. 연구원들은 과거에 이 지역의 기후가 어떻게 변했는지 추정하기 위해, 암석을 활용할 수 있다. 그 암석들이 비가 많이 올 때만 자란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동굴 암석 길이를 측정한 후 연령을 계산하면, 오래 전의 건기 및 우기를 꽤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다. 

고드프리와 동료들은 빈타니 화석(다른 고적지의 표본들도 포함했다)의 연령과 이 암석의 연령을 비교함으로써 한때 섬에 살았던 융조(隆鳥ㆍelephant birds)와 난쟁이 하마, 그리고 다른 멋진 짐승들의 멸종과 기후변화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추적할 수 있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의 멸종 원인으로 종종 꼽히는 고대 기후변화와 인간의 활동이 상호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드프리와 동료들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늘날 치마남펫소사로 불리는 지역 주변에 살았던 거대 동물들이 약 2000년 전에 가뭄 때문에 죽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고 의심하게 된 것이다. 가뭄으로 동물들이 완전히 멸종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건기가 불과 수백년 후에 다시 찾아왔다.

약 2500년 전 인간은 첫 치명적인 가뭄의 발생에 앞서 그 섬에 도착했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약한 동물들을 도살하고 잡아먹었지만 멸종할 때까지 계속 사냥하지는 않았다. 

진짜 위기는 인간의 토지 사용에서 비롯됐다. 두 번째 큰 가뭄이 발생한 직후 인간은 토종 식물이 아닌 작물을 재배하고, 소와 돼지를 기르고 고양이와 개를 키우기 시작했다. 새롭게 들여온 이런 종들은 마다가스카르의 토착 동물들과 공간ㆍ음식ㆍ물을 놓고 경쟁했고, 때로는 잡아먹기도 했다. 이미 환경 변화로 취약해진 이 섬에서 가장 대표적인 토착종 대부분이 사라진 것이다.

그 신비로운 거북이들과 악어들, 하마들, 새들, 그리고 영장류가 천재지변인 가뭄으로 인해 죽지 않았더라면 인간의 간섭을 견뎌냈을지 모른다. 빈타니는 이 두 가지 요소 모두가 멸종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이런 사실은 현대 인류에게 경종을 울린다. 인간이 악영향을 미치는 생태계에서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종들조차 개체수가 줄고, 몸이 약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결국 단 한 번의 가뭄으로도 그들은 궁지에 내몰릴 수 있다. 이런 교훈은 육지뿐만 아니라 물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빈타니 외에도 다른 많은 동굴들이 '잃어버린 세계'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유카탄 반도의 호요 니그로 화석에 대한 연구 결과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화석은 고생물학자들이 빙하기 동물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일례로 2007년 그곳에서 '나이아'라는 이름의 10대 청소년 유골이 발견됐다. 또한 호주의 탱크 동굴에 있는 비슷한 나이의 뼈는 이 대륙에 살았던 자동차 크기의 오소리와 육식성 코알라 사촌들이 어떻게 멸종했는지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동굴들을 포함, 이런 동굴안에서는 육지에서 거의 볼 수 없는 방식으로 역사가 펼쳐진다. 클루커트는 "수중 동굴에 있다는 사실은 박물관 소장품을 관람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보관함에 놓인 깨끗한 뼈 대신 잠수부는 서식지(엄밀히 말하면 생명체들의 무덤이다)에서 한때 살았던 생명체들의 잔해를 맞닥뜨린다. 그들은 그 장소와 그 속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과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른 방식으로는 인지하기 힘든 경험이다. 

빈타니와 다른 수중 무덤에서 찾은 증거들은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 조심스럽게 말해주고 있다. 클루커트는 이런 유산들에 대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독특한 자원이자 우리 생활방식의 부산물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필자 : 라일리 블랙(Riley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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