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폐기물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 플라스틱의 생산·사용·유통과 관련된 기업들 역시 이런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자발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줄이기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18일 동료검토 환경저널 <원어스(One Earth>에 게재된 미국 듀크 대학교 연구팀의 자료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기업들의 약속은 대부분 말치레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2015~2020년 아마존, 엑손모빌 등 대기업 973사(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상위 300개사 포함)의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약속 및 이행 실태를 분석했다.
조사대상 973사 가운데 72%가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기업들이 그만큼 책임감과 경각심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72%의 기업들마저도 막연한 약속만 늘어놓고 있다는 것. 연구팀은 “(72% 중에서)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성과를 측정할 수 없는 내용을 1회 이상 공언한 기업이 무려 89%”라고 밝혔다.
이는 구체적인 전략의 부재로 이어진다. 현재 플라스틱 오염과 관련된 기업의 전략은 △재활용 강조 △포장 및 제품 경량화에 집중돼 있다.
그런데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중 재활용되는 건 9%에 지나지 않는다. 논문 공저자인 조이 다이애나 연구원은 “이 9% 중에서, 지난 50년 간 1회 이상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10%뿐”이라며 “재활용은 사실상 플라스틱 폐기 시점을 늦추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이 성과로 내세우는 포장 및 제품 경량화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재활용품이 섞이지 않은 버진 플라스틱(virgin plastic)의 생산과 유통을 줄이는 문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진 플라스틱은 원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환경오염 및 기후위기와 직결된다.
실제로 버진 플라스틱 생산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해 호주 민더루 재단은 “향후 5년간 일회용품 제조에 들어가는 전 세계 버진 폴리머(열가소성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이 대표적) 생산용량이 30%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