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사람들이 쓰는 언어의 종류는 약 7000가지다. 하지만 인간이 왜 다양한 발성으로 말을 하게 되었는지는 아직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다.
20일 파퓰러사이언스는 <인지과학트렌드(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실린 자료를 인용, 오랑우탄의 자음 발성에서 인간 언어의 기원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논문 저자인 영국 워릭대학교 심리학과의 아드리아노 리메이라 교수는 보편적으로 유성음 모음과 무성음 자음으로 구성되는 인간 구어의 기원을 조사했다. 그런데 인간이 아닌 영장류의 소리는 대부분 또는 전부가 유성 모음과 유사한 소리였다.
그렇다면 세계의 모든 인간 언어를 구성하는 자음은 어디서 왔을까?
리메이라 교수는 오랑우탄, 고릴라, 보노보, 침팬지가 자음과 유사한 소리를 생성하는 패턴을 비교했다.
그 결과 야생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는 자음과 비슷한 발성을 다양하게 사용하지 않았다. 사용할 경우에도 일부 개체군에 국한돼 있었다.
반면 야생 오랑우탄은 인간 언어와 유사하게, 여러 행동에 대해 일관되고 보편적으로 자음과 같은 발성으로 표현했다. 리메이라 교수에 따르면, 오랑우탄의 발성 레퍼토리에는 ‘탁’ ‘딸깍’ ‘쪽’ ‘칙’ 소리와 비슷하게 들리는 무성 자음들이 있다.
인간과 오랑우탄은 약 97%의 DNA를 공유하지만 유전자 구성에서 인간과 더 밀접한 건 침팬지와 보노보다. 그런데도 오랑우탄이 오히려 사람에 더 가까운 음성 레퍼토리를 갖고 있는 건 왜 그럴까?
리메이라 교수는 이유를 오랑우탄의 수목생활에서 찾았다.
침팬지나 고릴라처럼 지상에 사는 동물과는 달리 오랑우탄은 먹이에 접근하고 다룰 때 적어도 팔다리 중 하나는 나무를 잡고 지탱해야 한다.
리메이라 교수는 “이런 한계 때문에 오랑우탄은 입술, 혀, 턱을 더 잘 제어하게 되었다”고 봤다. 그는 “오랑우탄은 입술만 사용해 오렌지 껍질을 벗긴다. 오랑우탄의 정교한 구강 신경운동 제어능력은 다른 유인원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나무 위에서 사는 오랑우탄이 자음과 유사한 소리를 훨씬 많이 내는 것은 인간의 조상 또한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수목생활 비중이 높았다는 가설과 연결된다. 인간의 조상이 나뭇가지 사이에서 먹이를 찾기 위해 이족보행으로 전환했다고 주장하는 최근 연구와 맥이 닿는다.
리메이라 교수는 “기존 언어진화 이론은 영장류의 후두 해부학과 인간의 모음 사용 연관성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으로는 무성자음이 전 세계 모든 언어의 기본 구성요소가 된 이유를 밝힐 수 없다.
언어는 모음과 자음으로 구성된다. 모음은 대부분 후두에서 생성되는 유성음이다. 자음은 성대의 진동이 없는 무성음이 많으며 입술, 혀, 하악골 등을 움직여 생성한다. 한국어에서 무성자음은 ㄱ, ㄷ, ㅂ, ㅅ, ㅈ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