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업무 중 불의의 낙상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진 50대 남성이 장기 기증을 통해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30일 고민수(54) 씨의 이야기를 전했다. 부산에 살던 고 씨는 지난 20일 안산 근무지에서 일하던 중 낙상사고를 당해 고려대안산병원으로 이송되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 소식을 들은 가족이 장기 기증을 결정했으며 고 씨는 지난 23일 심장·간장·양쪽 신장을 기증해 4명에게 생명을 나누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고 씨는 제주도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그는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고 늘 남을 배려하며 살았다. 젊은 시절 10년 정도 제과점을 운영할 때는 고아원에 빵을 선물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빵을 나눠주며 선행을 베풀었다.
고 씨의 아내 방영미 씨는 고려대안산병원의 연락을 받고 급히 서울로 향했다. 의료진은 방 씨에게 남편의 뇌 촬영 사진을 보여주며 뇌사 소식을 알렸다. 방 씨는 “너무 놀라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뇌사 상태에서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리는 장기 기증이 가능하다는 말에 자녀들이 먼저 기증을 하자고 했다.”라면서 “평생 남을 위해 베푸신 아버지였다며 기증을 원할 거라는 아이들의 말에 결심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뇌사로 판정되려면 1차 조사와 2차 조사, 뇌파 검사 결과가 뇌사 판정 기준에 부합하고 뇌사판정위원회 위원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한다.
뇌사 상태에 빠지면 뇌간을 포함한 뇌의 모든 기능이 상실되고 자발호흡이 불가능해 인공호흡기로 호흡하게 된다. 적극적인 치료로도 회복할 수 없어 수일 내지 수주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며 장기 기능이 가능하다. 이와 달리 뇌의 일부만 손상되고 자발호흡이 가능하며 수개월에서 수년 이내 회복 가능성이 있는 식물인간은 장기를 기증할 수 없다.
고 씨는 병원 이송 후 6차례나 심정지가 찾아왔으나 모두 견뎌냈다. 가족들은 “다시 살아난 것은 다른 생명을 살리라는 뜻인 것 같다.”라며 장기 기증을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방 씨는 “늘 가족을 위해 고생만 한 당신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라면서 “내가 올 줄 알고 6번이나 그 힘든 순간 견디고 다시 살아 숨 쉬어줘서 고맙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마음 편히 쉬길 바라고 사랑한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고 씨의 기증자 예우를 담당한 이호정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사회복지사는 “남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생명을 나눠주신 기증자와 유가족께 감사드린다.”라면서 “선하고 따뜻한 마음을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