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동물 종을 구분할 때 뚜렷하게 구분되는 외형적 특징이 없다면 식별하기 어렵다. 사람 눈에 모든 다람쥐는 거의 비슷하게 생겼고, 무리 지어 사는 동물들은 서로의 복제처럼 느껴진다. 길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과 혼동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체들을 구분하는 흔적이 있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생물학 연구원들이 12일(현지시간) 플로스 원(PLUS ONE)에 발표한 논문은 희귀한 문어 종에서 각자 유일하게 가진 시각 신호를 찾았다고 보고했다. 바로 줄무늬다.
연구 대상인 피그미 제브라 문어는 생후 2주가 되면 영구적인 무늬가 생긴다. 각 문어가 가진 문양은 제각각으로 사람의 지문처럼 독특하다.
연구원들은 거의 2년 동안 실험실에서 피그미 얼룩말 문어 25마리를 관찰했다. 알에서 부화할 때부터 성체 시기까지 매주 사진을 찍었다. 그 결과 줄무늬가 서로를 구분해준다고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일반인도 알아챌 정도로 명확한 특징인지 알아보는 실험을 수행했다. 참가자 38명을 모아 줄무늬를 바탕으로 각 문어를 찾도록 요구했다. 여러 성장 단계에 속한 문어 사진 20개를 비교하는 과제였다. 문어 사진은 25주 미만씩 차이가 나도록 설정했다.
줄무늬 패턴을 분석하는 방법은 피그미 제브라 문어를 구분하는 데 상당한 정확도를 보여주었다.
실험에서 응답자들의 평균 정확도는 84.2 퍼센트였다. 절반 가까운 인원이 적어도 90퍼센트를 맞췄다. 대다수 사람은 다른 성장 시기의 같은 문어를 구별하는 질문에 옳은 답을 내놓았다. 문어 사진들이 다른 시기에 찍혔다는 점도 중요하다. 사람들이 문어를 청소년에서 성인까지 성장단계 어디에서도 무늬만 가지고 식별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시각적 특징만으로 개체들을 구분하는 방법은 다른 연구에서도 유용한 기술이다. 그동안 학자들은 야생 동물을 추적하는 데 곤란을 겪어왔다. 그중 문어는 특히 관찰하기 힘든 동물이다. 은둔하며 움직이는 동물이라 연구하기 까다롭다. 꼬리표나 표식이 없다면 연구자들은 같은 문어를 거의 알아보지 못했다. 문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표식 붙이기, 문신하기 등 다양한 식별 기술을 사용했다. 그러나 표식을 새기는 과정에서 문어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줄 수도 있다. 가장 덜 해로운 옵션 중 하나인 표식 달기도 불완전한 방법이다. 뼈가 없어 유연한 문어는 꼬리표를 쉽게 떼어내고 때론 찢어버릴 수도 있다.
만약 사진만으로 문어를 식별할 수 있다면 문어 연구 분야에서 큰 진전이다. 버클리 대학교 생물학 연구진은 사진을 "저렴하고, 문어에게 아프지 않으며, 접근하기도 쉬우면서도 고품질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고 강조하며 문어 연구를 위한 식별 및 추적 방법으로 추천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JAMIE DICKMAN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