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10명 중 6명은 제왕절개로 태어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산모의 고령화에 따른 인공수정·다태아 임신 등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전자 태아 감시 장치 사용 보편화와 자연 분만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도 제왕절개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18일 출생아 대비 제왕절개 비율이 최근 9년간 26.9%에서 58.7%로 2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2017년 45%, 2018년 47%, 2019년 51%, 2020년 54%, 2021년 58.7%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면 자연분만은 2012년 46만 9000여 건에서 2021년 24만 9000여 건으로 크게 줄었다.
제왕절개 비율이 늘어난 것은 만혼으로 인해 만 35세 이상 고령 산모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장지현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이 어려워지는 고령 산모들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을 통해 다태아(쌍둥이 이상)를 임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산모 고령화가 제왕절개 증가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다태아 임신은 고위험 임신에 속해 자연분만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평균 32세 산모의 초산 제왕절개 비율이 2014년 36.9%에서 2020년 59.9%로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나이만이 제왕절개 선택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산모의 비만 또한 제왕절개 비율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태아의 심박동 수를 모니터링하는 전자 태아 감시 장치도 제왕절개 비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분만 시 이 장치로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서울의 한 상급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 장치는 태아의 미세한 변화도 잡아내 태아곤란증으로 진단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태아곤란증이란 태아의 호흡과 순환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이른다.
원칙적으로 제왕절개는 자연 분만이 불가능한 경우에 시행한다. 의료진이 제왕절개를 권하는 경우는 자궁근종 제거술을 받은 경우, 태아가 나오는 자궁 입구를 태반이 막고 있는 경우(전치태반), 태아의 머리가 자궁 입구 반대편에 위치한 경우, 자궁 경부가 열리지 않는 난산인 경우 등이다.
하지만 제왕절개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님에도 자연 분만을 부담스러워하는 산모가 제왕절개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장 교수는 “자연 분만은 사람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의 편차가 크고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고생하다가 결국 제왕절개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 산모가 의료진에게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제왕절개를 받은 산모는 다음번 임신 시 전치태반과 출산 후 자궁과 태반이 잘 분리되지 않는 유착태반의 위험성이 높아져 자궁적출 등 분만 합병증의 위험이 커진다. 장 교수는 “분당차병원의 경우 고령 산모가 50%를 넘는다.”라면서 “35세가 넘었다고 해서 무조건 제왕절개를 권유하지 않고 자연분만을 시도해 볼 것을 권유하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