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잠들기 전 침대 옆에 작은 전등을 켜 놓고 독서를 하거나 이불 속에 들어가 휴대폰을 한다. 그러나 임신부라면 일찍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비정상적으로 혈당 수치가 높아지는 질환이다. 혈당이 오르면 갈증을 느껴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소변량도 증가한다. 영국 왕립 산부인과 의사협회에 따르면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부 100명 중 4~5명에게 발병하고 있다. 임신성 당뇨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태아의 건강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으며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민지 박사를 포함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최근 미국의 임신부 741명을 대상으로 취침 전 빛 노출과 임신성 당뇨 위험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임신부에게 빛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손목에 착용하고 일주일간 수면 일기를 작성하게 했다.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임신부가 잠들기 3시간 전부터 빛에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당뇨병 발병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취침 전 3시간 동안 10룩스 이상의 빛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에 따라 임신부 741명을 각각 247명의 그룹 3개로 나누었다. 그룹 A는 잠들기 전 3시간 동안 가장 짧은 시간에 걸쳐 빛에 노출되었고 중앙값은 24분이었다. 그룹 C는 가장 오랫동안 빛에 노출된 그룹으로 중앙값은 79분이었다. 그룹 B는 이들 사이에 해당하며 중앙값은 52분이었다.
당뇨병 발병률은 그룹별 247명 중 그룹 A는 3명, 그룹 B는 12명, 그룹 C는 16명으로 취침 전 빛 노출 양에 따라 약 5배까지 당뇨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중 태아 성장에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은 포도당이다. 임신을 하면 태아에게 포도당을 많이 전달하기 위해 신체에 변화가 생긴다. 간에서는 포도당 생성량을 늘리고 태반에서는 혈당을 떨어뜨리는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체중이 증가하기 쉬운 임신 중기 이후에는 인슐린 저항성이 더 늘어 인슐린이 2~3배 더 분비돼야 한다.
건강한 임신부는 인슐린 저항성이 늘어도 필요한 만큼 인슐린을 생성하기 때문에 혈당 조절에 문제가 없지만 인슐린 분비가 잘 되지 않는 임신부는 임신성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 임신 초기에 고혈당이 되면 태아의 발달과 성장이 억제되고 임신 중기 이후에 고혈당인 경우에는 태아 성장을 촉진해 거대아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나이, 수면의 질과 시간, 체질량, 낮 동안 빛 노출량 등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취침 전 빛 노출과 임신성 당뇨병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말한다. 김민지 박사는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전부터는 가능한 한 조명을 어둡게 하는 게 좋다.”라면서 “휴대폰 같은 발광 장치도 마찬가지다. 가능하면 멀리 두는 것이 좋지만 안 된다면 적어도 화면을 어둡게 하거나 야간 모드로 설정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 연구가 수면 전 인공 조명 노출과 임신성 당뇨병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암시하기는 하지만 인공 조명 노출 제한을 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데이터 수집 기간이 일주일뿐이었다는 것도 한계점이다.
임신부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체중을 관리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활동적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이 논문은 지난 10일 미국 산부인과 저널(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ecology)에 실렸다. (논문명: The association between light exposure before bedtime in pregnancy and the risk of developing gestational diabetes melli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