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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투구게 피 안 뽑아도 돼요”...식약처, 동물대체 엔도톡신 시험법 소개

신규 동물대체 엔도톡신 시험법, 대한민국약전에 등재
식약처, 제약회사 대상 워크숍 열어 새 시험법 소개

  • 기자명 신희승 기자
  • 입력 2023.06.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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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신규 동물대체 엔도톡신(내독소) 시험법이 대한민국약전에 등재됨에 따라 13일 제약사에 새로운 엔도톡신 시험법을 소개한다고 밝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는 기사 및 보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 
식약처는 신규 동물대체 엔도톡신(내독소) 시험법이 대한민국약전에 등재됨에 따라 13일 제약사에 새로운 엔도톡신 시험법을 소개한다고 밝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는 기사 및 보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 

파란색 피를 가진 동물, 투구게를 아시나요? SNS에서는 투구게를 혈액 가격이 높은 동물로 소개하고는 합니다. 1L에 2천만 원 가까이 한다면서요.

투구게는 4억 5천만 년 전부터 지구에 살고 있었으며 그동안 4번의 대멸종을 견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는데요.

인간의 환경파괴로 인한 서식지 감소, 그리고 의학용 혈액 채취로 인한 개체수 감소가 주된 원인입니다.

투구게는 단순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으며 해로운 물질이 침입하면 혈액을 응고시켜 몸의 다른 곳으로 퍼지지 못하게 합니다. 투구게 피에서 추출되는 LAL(Limulus Amebocyte Lysate)이라는 단백질을 이용하면 무균 장비나 새로 개발한 약물에 병원성 유해 물질(엔도톡신)이 있는지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엔도톡신은 세균 세포벽에서 유래한 것으로 혈액에 침투하면 강한 발열 현상을 일으킵니다.

인간은 매년 수십 만 마리의 투구게를 실험실로 데려와 전체 혈액의 30%를 뽑아낸 후 바다로 돌려보냅니다. 채혈 과정에서 폐사하는 투구게도 많지만 채혈 후 바다로 돌려보내진 투구게 중에서도 폐사하는 개체가 많고 암컷들이 번식기를 놓치고 번식 능력이 떨어져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LAL 단백질을 이용한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투구게의 피를 뽑아야 한다.  사진은 포획한 투구게의 혈액을 채취하는 모습. 투구게의 혈구는 소량의 엔도톡신에도 반응한다. [사진= The  Horseshoe Crab/Ariane Mueller] 
LAL 단백질을 이용한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투구게의 피를 뽑아야 한다.  사진은 포획한 투구게의 혈액을 채취하는 모습. 투구게의 혈구는 소량의 엔도톡신에도 반응한다. [사진= The  Horseshoe Crab/Ariane Mueller] 

실험실에 수많은 투구게가 일렬로 묶인 채 유리병에 피를 쏟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영화 블레이드 III에서 흡혈귀들이 의식 불명의 살아있는 인간을 혈액팩에 넣어 피를 뽑아내는 혈액 농장 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혈액 농장 가동을 중단시키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백신, 의약품 등에 대한 수요 증가로 투구게 혈액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20년에만 45만 마리의 투구게가 실험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학자들은 투구게의 멸종을 막고 투구게 개체에 따른 혈액 변이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체 방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들은 이미 인공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든 유전자재조합 시약을 투구게 혈구 대체 성분으로 인정하고 엔도톡신 시험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동물대체 엔도톡신 시험법 활용 확산을 위한 워크숍’을 엽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투구게의 혈구 성분 대신 유전자재조합 시약을 이용하는 엔도톡신 시험법이 대한민국약전에 등재됨에 따라 제약사에 의약품 연구개발이나 품질관리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동물대체 엔도톡신 시험법을 안내한다고 합니다.

식약처는 이번 워크숍을 ▲새로운 동물대체 엔도톡신 시헙법 대한민국약전 등재 배경 ▲새로운 동물대체 엔도톡신 시험 영상 시연 ▲시험방법 관련 질의응답 등으로 구성했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워크숍이 새로운 동물대체 엔도톡신 시험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도 규제과학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험법을 적극 개발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관련 업계의 소극적인 태도입니다.

소비자들이 동물실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데다 기존의 관행을 바꾸면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엔도톡신 시험법이 승인된 이후에도 여전히 투구게를 잡아 피를 뽑는 곳이 많습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시대를 맞아 동물실험 대체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조성되고 산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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