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고래는 독특한 사냥법을 사용합니다. 일반 해양 포식자들처럼 먹잇감을 하나하나 잡아먹지 않습니다. 물을 대량 입속으로 빨아들인 후 입에 있는 단단한 수염으로 거릅니다. 잇몸이 변화된 수염(baleen)은 일종의 거름망이 되어 크릴새우나 플랑크톤을 잡아냅니다. 대표적인 종으로는 혹등고래, 북방긴수염고래, 남방긴수염고래, 밍크고래 등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최근 고대 파충류도 여과섭식(Filter feeding)을 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다국적 연구진이 약 2억 5천만 년 전 활동했던 파충류 화석에서 수염 구조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연구 결과는 BMC 생태 및 진화 저널(BMC Ecology and Evolution)에 7일(현지시간) 게재했습니다.
고래만 수염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백상아리처럼 아가미를 사용해 물속에서 먹이를 골라내는 어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석 기록에서 약 2억 5000만년전 중생대 해양 파충류가 수염을 사용했다는 기록은 거의 없었습니다.
연구는 초기 해양 동물인 후페스쿠스 난창겐시스(Hupehsuchus nanchangensis)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약 0.9미터 길이로 트라이아스기 초기에 중국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당시 치열한 생존경쟁을 거치며 특수한 먹이 수집 방식을 개발해냈을 수 있습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마이클 벤턴 브리스톨대학교 고생물학자는 "이 시기는 페름기 말 대규모 멸종으로 생물이 대부분 멸종한 후 300만년이 지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며 "대형 해양 파충류가 얼마나 빠르게 출현했는지, 그리고 당대 해양 생태계를 전체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해 놀라웠다"고 밝혔습니다.
표본 중 하나는 머리부터 쇄골까지 남아있었지만 다른 하나는 거의 완전한 골격이 유지된 상태로 보존되었습니다. 연구진은 발굴한 두개골 모양과 크기를 향유고래 15종, 이빨고래 52종, 물개 23종, 악어 14종, 조류 25종, 오리너구리 등 여러 수생동물 머리뼈 130개와 비교했습니다.
연구진은 후페스쿠스 뼈를 조사해 늘어나는 목 같은 부위가 존재했다고 밝혔습니다. 상당한 물을 섭취할 수 있는 신체 기관이 있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수염고래처럼 앞으로 헤엄치면서 먹이를 걸러내는 신체 조직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후페스쿠스 두개골의 턱 가장자리에서 향유고래와 비슷한 흔적도 발견했습니다. 수염고래들은 입에 이빨 대신 수염이라고 불리는 각질 띠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포유류와 입 형태가 다릅니다. 비교적 온전히 보존된 후페수쿠스 화석은 머리에서 공간감을 지닌 긴 주둥이를 가졌습니다. 흰긴수염고래 두개골과 유사한 모양입니다. 크릴새우를 흡수할 때 유리한 구조이기도 합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지첸 팡 우한 중국 지질조사센터 고생물학자는 "우리는 초기 해양 파충류에게서 이런 생물학적 적응 형태를 보고 놀랐다"며 "후페스쿠스는 중국에서 독특한 생물군으로 어룡의 가까운 친척이며 50여 년 전부터 존재가 알려져 왔지만, 이들의 생활방식은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후페스쿠스는 몸이 단단했기 때문에 느리게 헤엄쳤을 수 있습니다. 천천히 수영하는 움직임은 후페수쿠스가 귀신고래나 범고래처럼 물을 여과해 먹잇감을 먹었을 수 있다고 시사합니다.
비록 특이한 신체 구조를 공유하지만, 수염고래와 후페스쿠스가 생물학적으로 가깝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종에서 유사한 특징이 독립적으로 진화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수렴진화라고 합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Laura Baisas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