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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위험에 노출된 원자력2

가상의 원자력 시설인 라가시 의학 물리학 연구소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18.12.13 15:16
  • 수정 2018.12.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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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위험에 노출된 원자력1 에서 계속]

루이스는 가와쿠보와 교육생들에게 범죄자처럼 생각하여, 이 방의 어떤 부분이 범행을 부추겼는지 생각해 볼 것을 권했다. 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범행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교육생들은 빈 용기를 방사능 물질이 든 용기와 같은 장소에 두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명을 강화하고, 방구석에 감시 카메라를 달고, 이 방을 나서는 직원들은 물론, 비상 시 대피소로 들어오는 직원들을 가이거 계수기로 검사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교관인 마이클 튜엘은 이렇게 말한다. “보안 체계에는 실수를 방지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내부의 적은 반드시 실수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를 것이기 때문이다.” 내부자 범행을 막으려면 직원들의 도덕성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 확고한 적발 수단이 있어야 한다. “잡힐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분명 범죄를 덜 저지르게 된다.”

 

모두가 강의실로 돌아오자, 가와쿠보와 필자는 산디아 과학자들이 산업 시설 및 군용 시설용 보안 체계를 실험했던 곳에 가 보았다. 자갈밭 안 울타리가 쳐진 그곳에는 다양한 물리적 방호 체계들이 있었다. 은행 강도 소재의 영화를 보면 레이저로 침입자를 탐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과 비슷한 적외선 탐지 장치가 있었다. 그리고 광섬유 케이블이 십자로 연결된 체인 링크 울타리도 있었다. 이 울타리를 건드리면, 광섬유를 통해 흐르던 빛의 흐름이 변하게 된다. 우리는 마치 악당처럼 광섬유를 구부려 보았다. 그리고 인간의 체온을 감지하는 활성 적외선 센서 안에도 들어가 보았다. 안내원은 철조망이 있으니 주의하라고 경고를 보냈다.

 

과거 이곳에서는 보안 장비의 사전 시험 외에도 많은 일들이 행해졌다고 경비원은 말해 주었다. 특수부대를 초빙해 이들 보안 장비를 우회 침투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도 했다. 특수부대는 유사시 이런 장비들이 있는 적 시설에 침투해야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본능적으로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필자를 괴롭혔다. 특히 그런 생각은 강의 후 1.5m 정도 떨어진 쓰레기 통 안에 빈 커피잔을 투척하려고 일어서자 공보 담당관이 따라 일어섰을 때 더욱 강해졌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받으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화장실 창문으로 도망치려는 사람으로 여겨진다던지, 화재대피 연습 시 플루토늄을 주머니에 슬쩍하려는 사람으로 여겨진다면 차라리 반란을 저지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그렇게 취급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감시를 받으면 윗사람들이 나를 잠재적인 범죄자일 뿐 아니라 이미 범죄를 저질렀거나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기술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양면적이다. 그러나 환경에 따라 두 얼굴 중 하나만 보여주게 된다. 우리는 악당도 선인도 될 수 있다. 플루토늄 역시 우주선의 추진제로도, 여러 도시를 날려버리는 폭탄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는 폭탄 같은 것도 방어용으로건 공격용으로건 다 쓸 수 있다. 가와쿠보는 안내원을 향해 말없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다른 센서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좋은 사람들을 계속 좋은 사람들로 남게 하고, 악당들에 맞서 이기는 것은 그녀와 동기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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