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10-28 10:14 (수)
인간과 개의 사랑 이야기
인간과 개의 사랑 이야기
  • 안재후 기자
  • 승인 2020.05.26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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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오래된 관계... 누가 먼저 다가갔을까?
흰색의 보스턴 테리어/파퓰러사이언스 제공

검은색과 흰색의 보스턴 테리어가 있다. 이름은 <쉐비>. 마치 턱시도를 입은 물개처럼 날씬하고 말쑥한 몸매다. 그는 활기찬 발걸음으로 방음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의기양양함은 연구자들이 그에게 다양한 심리학 실험을 실시하자마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실험을 통해 <쉐비>는 의기소침해지고, 낙담하고, 좌절하게 될 것이다. 불쌍한 <쉐비>는 과학의 발전을 위해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다.

이 작고 말쑥한 테리어는 하버드 대학 진화 신경학자 에린 헤크트가 개의 행동 및 그 동기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풀기 위해 진행하는 야심찬 프로젝트의 첫날 첫 피험체다. 헤크트는 앞으로 다년간 다양한 종류의 개들 수백 마리의 심리학 및 행동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개들의 친화력, 행동방식, 진공청소기에 대한 감정 등도 다 연구 대상이 된다. 연구자들이 정밀하게 짠 각본에 쉐비가 반응하면, 4대의 비디오 카메라가 기록한다. 옆방의 회의실에 있던 나머지 헤크트 연구팀원들은 반투명경으로 쉐비를 보고 있었다.

하버드 대학원생인 한나 맥퀴스천은 쉐비를 처음 만나 몇 번 쓰다듬어 준 다음에, 음식을 하나 주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음식은 유리 용기 안에 넣어 주었다. 쉐비는 열심히 그 냄새를 맡다가 간절한 표정으로 한나를 보았다. 고개를 앞뒤로 끄덕이면서 있는 힘껏 귀여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헤크트는 이것이 개들의 전형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난처한 상황에 처하면 인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20초 후 맥퀴스천은 유리 용기의 뚜껑을 열어 주었다. 그러자 쉐비는 음식을 냉큼 먹어치웠다.

몇 건의 간단한 실험을 더 해 본 다음, 그녀는 쉐비를 큰 철장 안에 넣고, 방에 둔 채 나갔다. 쉐비는 안절부절 못하고 낑낑거렸다. 두 번째 연구자인 스테이시 조가 곧 방에 나타났다. 그러나 그녀는 벽을 향해 몸을 돌리고 한동안 서 있었다. 그러자 쉐비는 스테이시의 등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스테이시는 쉐비와 눈을 맞추거나 말을 하지 않고 철장에 다가가서, 철장 문 앞 30cm 거리에 앉아 쉐비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쉐비는 똑바로 서서 귀를 쫑긋 세우고 살짝 몸을 떨었다. 비과학적인 표현이지만,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거울의 반대편에서 보는 이 광경은 고통스러워 보였다. 세상에서 제일 어색한 데이트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스테이시는 여전히 굳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DNA 표본들과 함께 헤크트에게 제공되어 축화된 개가 야생에 있을 때와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알려줄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개와 늑대의 차이는 거의 없다. 기술적으로 볼 때, 개와 늑대는 모두 카니스 루푸스 파밀리아리스의 아종이다. 그러나 선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야생 동물을 생포해서 길들일 수는 있다. 그렇게 길들여진 야생동물이 인간에게 매우 호의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축화는 얘기가 다르다. 인간과 함께 사는 개 등 축화된 동물들에게, 인내와 신뢰는 유전자와 뇌에 각인된 것이다.

헤크트의 연구는 신경 물질이 강력한 환경적 영향 하에서 진화하는 방식을 알고자 하는 연구의 일환이다. 이 경우는 다른 종의 생물과 살아가고, 그 생물에 의지하고, 그 생물을 사랑한다는 매우 특이한 환경이다. 그녀는 나는 개에 관심이 많다. 개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개를 통해서 인간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크게는, 개를 통해 뇌의 근본적인 진화 과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 외에도 개들이 어쩌다가 인간의 얼굴을 핥고, 꼬리를 흔드는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을지를 궁금해하는 연구자들은 많다. 현재는 축화를 인간이 선도했다는 설이 더 인기가 있다. 머리가 뛰어난 수렵 채집인이 늑대 새끼를 사냥해 와서 사냥개, 파수견, 애완견으로 길들였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갈수록 많은 연구자들이, 인간이 아닌 개가 축화를 선도했다는 설을 지지하고 있다. 오래 전에 늑대들이 인간의 거주지에 얹혀 살기 시작했고, 인간들과 사랑에 빠져 개와 인간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는 것이다.

고고학 연구 결과를 보면 개의 축화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다. 현재로서는 최소 15,000년 전에 유럽 또는 아시아, 어쩌면 두 대륙 모두에서 시작된 것 같다. 그러나 화석은 그 원인과 경위까지 말해 주지는 않는다. 연구자들은 여우나 늑대 등 다른 개과 동물을 연구하고, 인간에게 친근감과 신뢰성을 주는 개의 유전자와 행동, 두뇌를 연구함으로서, 크고 난폭하던 늑대가 작고 귀여운 개로 변한 과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지능이 이런 차이를 낳았다고도 한다. 일각에서는 개의 헌신성이 인간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때문이라고도 한다.(2에서 계속)

 

안재후 기자 anjaehoo@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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