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내장에 있는 박테리아가 생존은 물론 사회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이처 에콜로지 앤드 이볼루션(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박테리아를 내장에 갖고 있는 일벌(honeybee worker)은 자라면서 더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박테리아가 존재하지 않는 장을 가진 벌들과는 완전히 다른 뇌 화학(brain chemistry)을 갖게 된다. 

꿀벌은 무균 상태로 태어나 성년이 될 때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총합, 군집)을 집어 들고 벌집의 다른 구성원들과 상호 작용하기 시작한다. 일벌의 내장엔 9가지 종류의 박테리아가 존재한다. 박테리아는 독립된 하나의 존재로, 생물로서의 최소 조건을 갖고 있고, 몸 속뿐만 아니라 땅, 물, 공기 등 먹이가 공급되는 장소라면 어디에서나 자체적으로 세포 분열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숙주가 꼭 필요한 바이러스와는 다르다

연구팀은 며칠 자란 유충을 벌집에서 뽑아 무균 상태로 배양했고 이 가운데 절반엔 박테리아를 주입했으며 나머지 절반은 계속해서 무균 상태로 자라게 했다. 이 무균 벌들은 적어도 열흘간의 연구기간 동안에는 심하게 날거나 죽어서 쓰러지는 등의 명백한 고통의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들은 다른 벌들과 머리를 스칠 가능성이 훨씬 낮았는데(음식과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가 적었는데) 리베르티는 "내장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이 벌들에게 있어 우정을 맺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보고서의 저자인 스위스 로잔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조아니토 리베르티(Joanito Liberti)는 "이번 연구 결과는 내장 마이크로바이옴이 벌집의 기능에 필수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아마도 마이크로바이옴은 벌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만약 그것들이 (벌의) 뇌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다면, 벌들은 자신들이 모은 음식을 저장하고, 필요한 꿀을 생산하는 데 덜 효율적일 것이고, 그것은 결국 전체 벌집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벌들이 박테리아의 유무에 따라 DNA 기능까지 차이가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박테리아를 갖고 있는 벌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네 가지 특정 아미노산은 특히 신경전달이나 뇌 연료 공급에 관여했다. 뇌 조직 자체에서 기억과 시각, 후각, 미각과 관련된 모든 유전자(DNA 서열 가운데 정보를 갖는 부분)들이 영향을 받았는데, 마이크로바이옴은 본질적으로 그 유전자를 화학 물질로 변환하는 복제 기제를 건드리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인간의 몸에서도 특히 장내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비만, 염증성 장 질환 등 다양한 면역 작용과 대사 질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마이크로바이옴은 ‘제2의 인간 유전체’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