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상에 존재했지만 사라진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일은 어쩐지 슬플 것 같다. 게다가 화가 날 수도 있다. 대개 쉽게 접하게 되는 이야기란 기후변화 등을 초래한 인간 역시 멸종될 수 있을 것이란 과도한 비관론으로 이어지는 '주장'에 가까운 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식물학자 마이클 블렌코우가 쓴 <사라진 동물들을 찾아서>는 그런 감정을 자아내기 보단 과거 지구상에 있었지만 자취를 감춘 11종의 동물들의 과거를 현재처럼 생생하게 들려줘 '재미있게' 읽히는 편이다. 과도한 반성이나 비관론을 펴기보다 이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왜 멸종될 수밖에 없었는지 사실에 근거해 상세하게 탐험한 책이라서 그럴 것이다.
블렌코우가 어린 시절 흥미를 느꼈던 도도새를 살펴보자. 도도새는 1600대 전까지 모리셔스 섬에서 '잘' 살았다. 생태계가 빈약해 포식자로서의 포유류가 없었기 때문에 도도새의 날개 기능은 퇴화됐고 낮은 지대의 삶에 적응했다.
그런데 난파선 중 하나가 정박한 이후 1600대 초 유럽에서 동인도에 이르는 교역 길을 항해하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연료 보급지가 되었다. 도도새에 있어 비극의 시작이었다. 배를 타고 들어온 쥐는 어린 도도새를 잡아 먹었고 나무에서 떨어진 과일을 두고 도도새와 경쟁했다. 원숭이나 염소, 사슴, 개 등도 비슷한 파괴 효과를 가져왔다. 선원들이 데려와 먹기 위해 기른 돼지들도 과일과 도도새의 알, 아기 도도새를 잡아먹으며 멸종에 주된 역할을 했다.
갈라파고스의 땅거북, 캄차카 반도의 스텔러바다소는 인간의 사냥감이 되면서 학살당했고, 캘리포니아 해변을 날던 아름다운 푸른 나비 서세스블루는 주변이 도시로 개발되며 터전을 잃었다. 태국의 습지를 달리던 숀부르크 사슴은 크고 멋진 뿔을 갖고 있어서 불행했다. 수집의 대상이 되면서 멸종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역사를 알기 위해 저자는 박물관을 방문하는 등 남아있는 흔적을 치밀하게 따라갔고 조사했으며 체험을 하며 글을 썼다. 책에 실린 11종의 멸종 동물들이 살았던 곳을 나타낸 지도, 이들의 삶을 알아보기 위해 방문했던 박물관들의 목록은 책 뒷 편에 실려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려는 의지를 가진 것도 영국 부스 자연사박물관에서였다. 저자는 수많은 멸종 동물들이 모여 있는 그곳에서 "나는 왜 이 동물들에게 유대감을 느낄까"란 의문을 품게 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