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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으로 그린 그림 '미생물 아트'

  • 기자명 전미영 기자
  • 입력 2022.12.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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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페닐 코보의 미생물아트 작품들. 출처=파퓰러사이언스
마리아 페닐 코보의 미생물아트 작품들. 출처=파퓰러사이언스

화가 마리아 페닐 코보.

그는 영감이 떠오르면 세균을 고르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화려한 다홍색을 띠는 세라티아 마르세센스(Serratia marcescens)? 하늘색으로 자라는 스트렙토마이세스 코엘리컬러(Streptomyces coelicolor)?   

배양접시가 미생물아트 화가의 캔버스이고 살균철사가 붓이다. 페닐 코보는 세라티아를 묻힌 철사로 접시에 보이지 않는 밑그림을 그린다. 며칠 만에 세균은 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증식해 화가의 의도를 드러낸다.  

페닐 코보는 미국미생물학회(ASM)의 제1회 '미생물아트 경연대회' 에서 세균유전학자 메흐멧 버크멘과의 공동작업으로 대상을 받았다. 12일 파퓰러사이언스에서 이 경연대회와 작품 제작방법을 소개했다. 

2015년에 시작된 이 대회에는 누구나 작품을 출품할 수 있다. 과학자, 예술가는 물론 일반인과 어린이도 참가한다. 

올해 아메리카지역 대상은 미생물학자 파니 헤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 차지했다. 4종의 미생물을 이용해 각기 다른 색으로 표현했다. 

ASM 미생물아트 2022년 대상 작품. 출처=ASM
ASM 미생물아트 2022년 대상 작품. 출처=ASM

미생물 작품을 만드는 것은 그림 그리기와 유사하다. 하지만 ‘물감’이 살아있는 세포여서 어떻게 자랄지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다. 

흰색 세균 옆에 빨간색 세균을 배치하면 흰색 세균이 빨간색 발현을 방해하는 화학물질을 생성할 수도 있다. 개별 세균 뿐 아니라 그들의 상호작용까지 알아야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또 각각의 세균이 선호하는 온도가 다르고 성장 속도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작업이 까다롭다.  

작업 편의를 위해 동일 종류의 미생물을 쓰면서 유전공학적 조작을 통해 색을 바꾸기도 한다. 흰색 세균을 쓰면서 당근의 베타카로틴 유전자를 주입해 주황색을 얻는 식이다. 뉴욕대학교 합성생물학자 수다르샨 핑글레이의 표현에 따르면 "뻔뻔하게 자연을 표절하는" 방식이다.

‘표절’은 살아있는 까다로운 물감을 다루기 쉽도록 만든다는 이점이 있다. 핑클레이 연구실에서는 조작된 효모를 이용해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를 픽셀로 표현했다.  

효모로 그린 '절규'. 2만4576개의 바이오픽셀을 특수기계로 부착했다. 출처=파퓰러사이언스
효모로 그린 '절규'. 2만4576개의 바이오픽셀을 특수기계로 부착했다. 출처=파퓰러사이언스

1회 대상 수상자인 미국 뉴잉글랜드 바이오랩의 세균유전학자 버크멘은 바이오아트가 세균의 ‘억울한 악명’을 벗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미생물아트를 통해 유익한 세균들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것.

수백만 종의 미생물(일부에서는 1조개로 추산) 가운데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는 “미생물은 판다와 같다. 아름답고 푹신하다”면서 “이런 점을 과학적인 용어로는 전달하기 어렵지만 보편적인 언어인 예술은 다르다”고 말했다. 

온라인 사진공유 커뮤니티 플리커(Flickr)에서 ASM 미생물아트 대회의 연도별 출품작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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