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잘 때 몸이 투명하게 변하는 ‘유리 개구리'(glass frog)의 비밀이 혈전방지 약물 개발에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A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중남미에 서식하는 유리 개구리는 이름 그대로 몸이 거의 투명하다. 야행성인 이 개구리가 낮에 나뭇잎에 매달려 잠을 자면 나뭇잎과 구별이 가지 않는다. 초록빛이 도는 투명한 몸체는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으므로 하늘을 나는 새 등 포식자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유리 개구리가 잠잘 때 몸이 투명해지는 이유는 거의 모든 적혈구가 간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초음파 이미징 기술을 이용해 개구리의 장기를 관찰한 결과 “잠자는 개구리의 적혈구 중 89%가 간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포식자에게 가장 취약한 상태일 때 자신을 보호하는 투명한 몸은 경이로운 적응 사례다. 동시에 치명적인 혈전을 예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유리 개구리는 어떻게 혈전으로 죽지 않고 그 많은 적혈구를 간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척추동물 혈구는 서로 부딪치면 응고된다. 엉긴 혈액이 딱지를 만들어 상처를 봉합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혈관 속 혈전이 순환계를 막아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유리 개구리가 혈전 생성 시기를 조절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상처를 입으면 일반적인 방식으로 혈액을 응고시켜 딱지를 만들지만 잠잘 때는 혈전을 생성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이 가설은 다른 질문과 연결된다. 잠자는 동안 산소를 운반하는 세포의 89%가 간에 숨어 있다면 개구리는 어떻게 숨을 쉬는 것일까? 유리 개구리는 다른 개구리들이 동면하는 것과 유사하게 신진대사를 바꿀 수 있는 것일까?
정확히 유리 개구리가 잠잘 때 어떻게 적혈구들을 간으로 보내는지, 그러면서도 어떻게 죽지 않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혈액을 지나치게 응축하면 치명적인 혈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유리 개구리는 멀쩡하다.
논문 공저자인 듀크대학교 생물학자 카를로스 타보아다는 “연구가 더 진전되면 혈전방지 약물 개발에 도움이 될 내용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해마다 미국에서 혈전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10만 명에 달한다. 또 혈전은 암환자 사망 원인에서 암 그 자체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