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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고래가 심해에서도 훌륭한 사냥꾼이 될 수 있는 이유

이빨고래들, 해저 1000m 이상에서 짧고 강력한 초음파 반향음 통해 사냥
아주 적은 공기로도 코의 ‘소리 입술’ 통해 반향음 생성

  • 기자명 LAURA BAISAS & 신희승 기자
  • 입력 2023.03.07 10:00
  • 수정 2024.04.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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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고래들은 '소리 입술'을 사용하여 딸깍거리는 낮은 소리를 내 심해에서도 사냥을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이빨고래들은 '소리 입술'을 사용하여 딸깍거리는 낮은 소리를 내 심해에서도 사냥을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보컬 프라이’는 낮고 긁는 듯한 목소리로 누구나 들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90년대 팝송 차트를 휩쓴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히트곡 ‘베이비, 원 모어 타임’부터 킴 카다시안의 목소리까지, 대중문화의 거의 모든 곳에서 이 낮고 비음 섞인 말투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심지어 가장 깊은 바닷속에서도 발견된다. 2일 국제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빨고래들은 고주파 음파를 이용해 먹잇감을 찾고 추척하며 잡을 수 있는 공기 구동식 콧소리 발성기능을 진화시켰다.

범고래, 벨루가, 향유고 등 이빨이 있는 고래들은 적어도 세 개의 성대 레지스터(공기의 흐름을 제어하기 위해 열거나 닫을 수 있는 장치가 있는 개구부의 덮개)를 갖고 있다. 성대 레지스터는 보컬 프라이 같은 가장 낮은 음을 내며 흉부 레지스터는 일반적인 목소리를 내고 가성 레지스터는 더 높은 주파수를 만들어 낸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남 덴마크대학 음성과학자 코엔 엘레만스는 발표에서 “성대 발성 시에는 성대가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열리기 때문에 이 레지스터를 사용하는 데 아주 적은 양의 공기만 있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범고래의 울음소리는 세 가지 음성 레지스터와 일치한다. 먼저 몇 번의 클릭 소리와 같은 반향음(M0 레지스터), 그리고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와 휘파람 같은 소리(아마도 M1과 M2 레지스터)가 이어진다. [출처=올가 필라토바/남 덴마크 대학교]

일부 이빨고래들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1800미터 이상 깊은 바다로 다이빙한다. 이렇게 깊고 어두운 바다에서 사냥을 할 때 이빨고래들은 짧고 강력한 초음파 반향음으로 먹이를 찾고 추적하고 잡는다. 고래는 초당 최대 700회의 딸깍이는 소리를 낼 수 있는데 수중음파탐지기처럼 소리를 이용해 물체의 위치를 파악한다.

고래가 1000미터 이상 깊이에서 다이빙하면 감암병을 피하기 위해 폐가 수축한다. 남은 공기는 두개골 내부의 비강에 보관되는데 고래가 반향음을 낼 수 있는 작지만 충분한 공간이다.

고래는 반향음을 낼 때 코 안의 공기에 압력을 가하여 공기가 ‘소리 입술(phonic lips)’이라고 불리는 구조물을 통과하도록 한다. 이 소리 입술은 인간의 성대와 같은 방식으로 진동하며 그것이 만들어내는 음파는 두개골을 통과하여 머리 앞으로 전달된다. 소리 입술이 닫히면서 ‘딸깍’하는 소리가 나며 이 소리는 매우 커서 강력한 소총 소리와 맞먹는다.

이빨고래는 반향음 외에도 복잡한 사회적 의사소통을 위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공기량은 무척 적다.

이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 고래 생물학자 피터 매드슨은 발표에서 “또한 이 경제적인 공기 사용 시스템은 특히 반향음 생성에 이상적이다. 심해로 잠수하면 모든 공기가 표면의 극히 일부분으로 압축된다.”라면서 “따라서 보컬 프라이는 고래가 지구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식량 자원 창고인 심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빨고래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설명하는 그림. [이미지 출처=미켈 래리스/남 덴마크 대학교]
이빨고래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설명하는 그림. [이미지 출처=미켈 래리스/남 덴마크 대학교]

이전에 과학자들은 이빨고래가 다른 포유류처럼 후두로 소리를 낸다고 믿었지만 1980년대 후반 이들이 실제로는 코를 사용하여 소리를 만든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서는 연구진이 내시경을 사용하여 이빨고래의 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았으며 고래들이 코를 사용하여 공기를 압축시키고 소리를 만드는 공기 구동식 소리 생성 시스템을 진화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리 입술의 진동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기술 등 이번 연구에 사용된 기술들은 개발에 거의 10년이 걸렸다.

엘레만스는 “보컬 프라이는 인간에게는 좋게도, 나쁘게도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고래들에게는 진화적인 성공 사례임에 틀림이 없다.”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글 LAURA BAISAS & 신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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