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지휘자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를 성공적으로 지휘할 수 있을까? 그 답을 30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해오름극장에서 펼치는 관현악시리즈4 ‘부재’ 공연에서 찾을 수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로봇 ‘에버 6’와 최수열 지휘자가 서로의 강점을 발휘하는 지휘를 각각 선보인 뒤 하나의 곡을 함께 지휘하며 로봇과 인간의 창의적 협업에 한 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로봇이 지휘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로봇이 인간 고유 영역이라 불리던 예술, 그중에서도 ‘지휘’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로 마련됐다.
지휘자로 나서는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 6’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이 개발했다. KITECH은 2018년 앞선 버전인 휴머노이드 로봇 ‘에버’를 오페라 공연에 선보이기도 했다.
에버6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레퍼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은 ‘깨어난 초원’(비얌바수렌 샤라브 작곡)과 ‘말발굽 소리’(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를 지휘한다. 두 곡 모두 몽골 대초원을 달리는 말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밝고 경쾌한 곡이다.
로봇은 빠른 속도로 반복적인 움직임을 정확히 수행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곡을 선곡한 것이다.
최수열 지휘자는 가야금 협주곡 ‘침향무’(황병기 작곡)와 국악관현악곡 ‘영원한 왕국’(김성국 작곡)을 지휘한다. 침향무는 서울대 음대 이지영 교수와 함께 한다.
최 지휘자는 “로봇에게 가장 도전적인 영역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교감과 소통, 그로 인해 완성되는 음악이 아닐까 싶다.”라면서 사람 지휘자의 통솔력과 해석력으로 로봇과 차별화된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로봇과 인간 지휘자의 협력곡은 손일훈 작곡가의 위촉 신작 ‘감’이다. 이는 작곡가가 2014년부터 시도하고 있는 ‘음악적 유희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곡으로 연주자들이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무대 위에서 게임을 하듯 즉흥적으로 연주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낸다.
최 지휘자는 ‘감’을 살려 연주자들과 실시간으로 교감하고 자유롭게 음악을 풀어나가며 ‘에버 6’는 일정한 속도와 박자로 패턴 지휘를 도울 예정이다. 두 지휘자가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무대 양쪽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로봇의 두뇌와 감각을 책임지는 인공지능(AI), 센서, 자율주행, 5G, 가상서버(클라우드)와 같은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로봇 공학이 일상으로 파고든 지금, 이 공연은 새로운 예술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