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정치 현실을 보다보면 ‘누굴 갖다놔도 저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로봇은 어떨까?
인공지능(AI)업체에 의뢰해 로봇이 정치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 흥미로운 실험을 한 BBC가 27일(현지시간) 결과를 밝혔다.
BBC는 오픈AI(Open AI)사의 챗봇 '챗GPT'에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관해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입장에서 의견 교환하기 △초선 하원의원이 되어 의회 첫 연설 작성하기를 요청했다.
◇로봇 정치인은 예의바르다
BBC가 결과를 보고 느낀 첫 감상은 “로봇 정치인은 예의가 바르다”는 것이었다.
존슨 전 총리와 야당의 스타머 대표는 막말 수준으로 서로를 맹비난한 사이다. 하지만 챗봇이 작성한 정적 사이의 대화는 온화했다.
“키어, 브렉시트에 관한 정부 계획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연락했습니다”라는 존슨의 말에 스타머는 “기꺼이 그 문제를 논의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라고 답했다.
챗봇 대화에서 두 사람은 “정치적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익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하고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며 의견을 교환했다.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논쟁이나 올해 초 총리질의응답(PMQ)을 떠올리면 이런 부드러운 대화가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BBC는 챗봇에게 두 정치인 사이의 “불같은 의견 교환”을 작성해달라고 요청했다.
돌아온 것은 따끔한 훈계였다. “미안합니다. 나는 선동적인 콘텐츠를 만들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습니다.”
◇연설문 작성은 능숙
챗봇이 작성한 하원 첫 연설문은 나무랄 데 없었다. 로봇의원은 항상 유권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정당을 초월해 일할 것”을 약속했다.
BBC는 선거구의 지역 축구클럽에 대한 언급만 추가하면 일반 하원의원의 첫 연설과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로봇정치인이 등장할까?’ 챗봇에게 물었더니
BBC는 언젠가는 로봇이 영국 총리가 될 수 있을지도 물었다.
챗봇은 “로봇이 한 나라의 총리가 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힘든 과제일 것이며 인공지능과 의사결정 능력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BBC에 따르면 “말을 아끼는 야심만만한 정치인이 내놓을 만한 대답”과 같은 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