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했을 당시, 파고가 수 킬로미터(km)에 달하는 초대형 쓰나미가 전 해양을 휩쓸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멕시코 칙술루브 해안에 떨어진 소행성의 파괴력이 그간의 추정보다 훨씬 강력했다는 뜻이다.
소행성 충돌은 지구 역사를 바꾼 대사건이다. 충돌로 발생한 먼지와 그을음이 햇빛을 차단, 공룡 뿐 아니라 지구 생물종의 4분의 3이 사라졌다. 충격의 흔적을 보여주는 칙술루브 해안 충돌구는 깊이 19km, 폭 10km다.
4일(현지시간) 미국지구물리학회(AGU)의 학술지 ‘AGU 어드밴시스'(AGU Advance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소행성 충돌 당시 파고가 수 km에 달하는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해 거의 모든 해양 및 해안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충돌 직후 최고 4.5km까지 치솟았던 칙술루브 쓰나미의 위력은 악명 높은 2004년 쓰나미의 3만배에 달했다. 인도양 지진으로 발생한 2004년 쓰나미는 23만 명의 사망자를 냈었다.
이번 자료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칙술루브에서 발생한 쓰나미의 영향을 전 지구적 차원에서 분석한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연구팀이 선행 연구들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에 적용한 소행성의 지름은 14km다. 이 소행성이 초속 12킬로미터 속도로 지구 바다 속의 지각과 충돌해 너비 100km의 충돌구가 형성된 것으로 상정하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소행성 충돌 직후 분출물들이 대기로 퍼져나가며 두터운 먼지 구름을 형성했다. 2분 30초 뒤 분출물이 다시 내려앉으며 바닷물을 밀어 올려 높이 4.5km의 파도를 만들어냈다.
1시간 뒤 쓰나미는 멕시코만을 벗어나 북대서양으로 밀려갔고, 4시간 뒤에는 중앙아메리카 해로를 거쳐 태평양에 도달했다. 48시간이 지나자 쓰나미는 지구상의 대부분 해안지역에 닿았다.
연구팀은 “이 쓰나미로 해안 지역 대부분이 범람과 침식을 겪었다. 역사에 기록된 어떤 쓰나미도 칙술루브 쓰나미의 위력에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