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 걸리는 당뇨병이나 암 등의 질병은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보다 나이나 환경의 영향을 더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UC BERKELEY) 통합 생물학 피터 수드먼트 교수 연구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약 2만개의 인간 유전자(genome)가 노화나 환경, 그리고 유전학의 영향을 어떻게 받는지에 대한 연구 논문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실었다.
결과는 나이가 들수록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에 영향을 미치는 데 있어서 노화와 환경이 유전적 변이(Genetic variation: 개인 간의 DNA 차이 또는 집단 간의 차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전사체 분석)은 질병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는데 사용되고 있으며, 의약 혹은 의약 후보군들이 세포 혹은 조직 내에서 어떻게 기능하는가를 판단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수드먼트 교수는 "인간 유전학에서는 인간의 유전적 변이에 의해 유전자가 어떻게 켜지고 꺼지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연구가 이뤄져 왔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그것이 개인의 나이에 따라선 어떻게 영향을 받는가'란 물음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우리가 발견한 첫 번째 결과는 나이가 들수록 유전학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우리가 더 젊을 때엔 개별적인 유전자 구성이 유전자 발현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우리가 더 나이가 들었을 때엔 어떤 유전자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걸 예측하는데 유전자 구성은 덜 유용해 진다.
이번 연구에선 55세 이상인 경우 그랬다.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유전자 집합을 갖고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데, 이는 이 쌍둥이가 서로 다르게 나이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드먼트 교수는 "거의 모든 인간에게 가장 흔한 질병은 노화되면서 드는 질병"이라면서 "알츠하이머, 암, 심장병, 당뇨병 등 모든 질병들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올라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이런 질병에 걸리기 쉬운 유전적 변이를 알아내는데 막대한 공공 자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나이가 들수록 유전자는 유전자 발현에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화로 인한 질병의 원인을 찾고자 할 때 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늙어가고 있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유전자 발현 패턴 면에서 서로 더 가깝지만 나이든 사람들은 더 멀리 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조직과 개인에 걸쳐 노화와 유전자 발현을 모두 살펴본 최초의 연구다. 연구팀은 약 1000명, 27개의 서로 다른 인간 조직에서 유전자와 노화의 상대적 역할을 평가하기 위한 통계 모델을 구축했고, 노화의 영향은 조직마다 20배 이상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우리 몸의 모든 조직에서 유전학은 똑같이(같은 양으로)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노화는 조직마다 크게 다르다. 혈액, 대장, 동맥, 식도, 지방 조직, 나이는 유전자 발현 패턴을 유도하는데 유전학보다 훨씬 더 강한 역할을 한다"고 확인했다.
나이와 함께 환경도 중요한 변수가 됐다.
연구팀은 공기, 마시는 물, 음식, 신체 운동 수준의 영향도 간접적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나이가 들면서 유전자 발현 변화의 최대 3분의 1은 환경이 차지한다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