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에 치명적인 세균성 전염병을 막기 위한 백신이 개발됐다.
18일(현지시간) 바이오테크 업체 달란(Dalan animal health) 사는 ‘세계 최초의 곤충백신’인 미국부저병(AFB) 백신을 먹인 여왕벌의 유충들이 감염에 대한 방어력이 훨씬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미국부저병은 벌의 유충에 패니바실러스 박테리아의 포자가 침투해 고사시키는 질병이다. 포자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최장 35년 생존한다. 달란 사의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 벌집의 미국부저병 감염률은 50%다. 국내 양봉농가에서 키우는 꿀벌 질병 가운데서도 가장 감염률이 높고 피해가 심한 질병이다.
연구진은 여왕벌 2마리에 각각 백신과 위약(플라시보)을 섞은 먹이를 먹여, 난황전구단백질인 비텔로제닌이 여왕벌의 난소 속 알들에게 백신을 전달하게 했다. 이후 2마리의 여왕벌이 낳은 알들을 패니바실러스 포자에 며칠 간 노출시킨 결과, 백신 투여 여왕벌이 낳은 유충은 미국부저병 감염 위험이 30~50% 낮았다.
아네트 클라이저(Annette Kleiser) 달란 최고경영자(CEO)는 “유충이 알에서 깨어난 지 며칠 안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난소 속 알에게 백신을 전달해 면역력을 높이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백신은 미국 농무부에 조건부 라이선스를 신청한 상태다.
현재 미국부저병에는 항생제가 거의 유일한 대응방법이다. 호주, 뉴질랜드 등 항생제 사용이 금지된 국가에서는 질병 발생 즉시 벌집을 소각해야 한다.
후속 연구를 통해 이 백신의 효과와 안정성이 검증되면 벌 개체 수 감소를 막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염병 외에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살충제, 가뭄 등으로 벌 개체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앞서 유엔은 벌 개체수가 계속 감소하면 식량공급 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과일, 채소, 곡식 등의 가루받이(수분)에 벌이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유엔은 ”벌, 새, 박쥐 등 수분 매개자들은 세계 식량 생산의 35%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없다면 커피, 사과, 토마토, 아몬드 등이 식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