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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대멸종의 배경에 '이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UV-B, 화산 가스, 이산화탄소가 페름기 생명체에 유해한 조합이 되었을 것

  • 기자명 RAHUL RAO & 이가영 기자
  • 입력 2023.01.13 10:00
  • 수정 2024.04.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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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면에서 10~50km 상공에는 3개의 산소 원자로 이루어진 오존이 오렌지 가스 형태의 오존층을 이루고 있다. 이 오존층은 태양의 자외선으로부터 모든 생명체를 지켜주는 중요한 보호막이다. 그렇다면 오존층에 무엇인가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과거에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있다.

[출처=Shutterstock]
[출처=Shutterstock]

재앙은 지구 역사상 최악의 대멸종이 일어났던 2억 5천 2백만 년 전, 세계의 종말을 고하는 듯한 화산 분출의 여파가 지구를 유독 물질로 채웠을 것으로 생각되는 페름기 말기에 발생했다. 이것은 자외선 B(UV-B)라고 알려진 고에너지의 자외선에 노출된 흔적이 있는 꽃가루 알갱이 화석과 관련이 있다. 지질학자와 식물학자로 구성된 국제 그룹은 사이언스 어드밴스지(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논문에서 페름기 대멸종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는 과정을 종합하기 위해 기형적인 꽃가루 알갱이 화석 표본을 사용했다.

이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인 중국 난징 지질고생물학 연구소 지질학자 펭 리우는 “UV-B의 증가는 아마도 일부 지구 생명체의 멸종에 한몫을 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오존 수치 감소와 자외선 급증이 대멸종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의심해 왔는데 이제 그것을 증명할 데이터를 얻은 것이다.

페름기 말기 황폐화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러시아 시베리아에 위치한 거대한 화산암 지대, 시베리아 트랩이다. 아주 거대한 화산 단지에서 분출된 용암은 당시 초대륙 판게아의 최북단 부분이었던 중앙 시베리아를 덮었다. 전문가들은 100만 년 이상의 시간 동안 시베리아 트랩이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지구 대기로 내뿜었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화산 활동의 결과로 풍요로웠던 고대의 바다는 산성화되고 산소가 제거되어 독성을 띠게 되었으며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의 80% 이상이 멸종에 처했을 것이다. 생명체는 물론 회복되었지만 멸종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수백만 년이 더 필요했다.

이는 당시 물 속에서 일어났던 대멸종의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 그러나 육지에서는 어떨까? 어떤 종류의 육상 생물이 죽었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육지의 화석 기록은 바다에 비해 훨씬 명확하지 못하다.

이전의 연구자들은 어떤 거대한 파괴의 단서를 찾았다. 예를 들어 고대 세계의 몇몇 지역은 한때 거대한 양치류 숲으로 덮여 있었다. 이 두 생물군은 페름기 말 무렵부터 화석 기록에서 사라지는데 이는 육상 생물이 전세계적으로 고통받았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전문가들은 화석 기록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며 멸종은 더 지역적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일 뮌스터린 대학의 고생물학자이자 이 새로운 논문의 저자인 필립 자딘은 “이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수많은 조각난 정보를 통합하고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그것을 일관된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려는 노력”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그 그림은 정확히 무엇이 육지에 죽음을 초래했는지에 대한 답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논문의 과학자들은 잃어버린 조각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2014년 리우는 현재의 티벳 남부 아래 지역의 바위에서 샘플을 수집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바위를 자세히 연구하던 중 기형적인 고대의 꽃가루 화합물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티벳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꽃가루 알갱이를 추출하여 분석했다. [출처=Feng Liu]
연구자들은 티벳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꽃가루 알갱이를 추출하여 분석했다. [출처=Feng Liu]

연구팀은 꽃가루에 손상을 입힌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꽃가루를 분석하여 탄소, 산소, 질소를 포함하는 자외선 차단 화합물을 찾아냈다. UV-B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아 더 높은 에너지로 구성되어 UV-A(자외선 A)보다 살아있는 세포에 더 많은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식물들은 번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꽃가루에 이러한 석탄산 화합물을 입혀 세포를 보호하고자 했을 것이다.

자딘과 같은 과학자들은 수십만 년 전 지구 표면에 도달한 UV-B 수치를 연구하기 위해 꽃가루 화석에서 화합물을 포착하는 기술을 사용했다. 이것은 2억 5천 2백만 년 전의 자외선 차단 화합물을 찾기 위한 최초의 시도였다. 그리고 자딘과 리우의 연구팀은 그것을 찾아냈다.

자딘은 “중요한 것은 식물이 UV-B에 영향을 받았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았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관찰한 UV-B 흡수 화합물의 증가는 식물이 당시 상황에 생화학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페름기 말기에 화산 활동이 염소와 브롬 같은 할로겐 원자를 포함하는 할로겐화탄소 가스를 방출했을 것이다. 그 화학물질들은 더 많은 UV-B가 대지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오존층을 파괴했을지도 모른다. 이는 결국 식물의 성장과 번식을 저해하고 공기 중에 유독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식물군 감소로 이어졌을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의 지질학자이자 또 다른 연구 저자 중 한 명인 웨슬리 프레이저는 “오존 고갈이나 자외선량 증가가 페름기 대멸종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이르지만 지구 생태계가 이미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외선량 증가가 지구 생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심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한다.

만약 UV-B가 정말로 그 기간 동안 지구를 황폐화시켰다면 멸종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물론 과학자들은 그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찾아야 한다. 자딘은 “이 데이터는 한 지역에서만 발견했으므로 결과를 검증하려면 동일한 시간대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페름기 말의 대멸종은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다른 멸종도 있었다. 과학자들은 데본기(약 3억 6천만 년 전)와 트라이아스기(약 2억 1천만 년 전) 말기에 비슷한 멸종 사건을 확인했다. 그리고 프레이저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이 같은 멸종에서도 자외선 독성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프레이저는 “다양한 대멸종 사건에 사이에 자외선과 관련된 공통된 실마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비록 자외선이 주된 원인은 아니었더라도 여전히 많은 지구 생명체의 멸종에 일조했을 수 있다.

그리고 페름기가 고대 역사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UV-B 복사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냉장고와 에어컨에서 대기로 유출되는 프레온 가스로 인해 생긴 남극 상공의 오존 구멍에 세계가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오존 구멍이 확대되어 지구의 많은 부분이 불타는 자외선에 노출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1987년 각국 정부가 몬트리올 의정서를 제정하고 프레온 가스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모인 이후 오존 구멍은 치유되기 시작했다. 지난 9일 발표된 유엔(UN) 보고서에 따르면 오존 구멍은 속도는 느리지만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 수준의 오존 관련 행동을 유지한다면 계속하여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간이 오존층에 더이상 피해를 주지 않더라도 식물들은 여전히 영향을 받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과거에 UV-B 노출이 식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프레이저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며 “UV-B에 대해 먼 과거와 현대의 연구가 함께 진행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글 RAHUL RAO &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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