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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이 갖지 못한 ‘행성의 조건’

  • 기자명 CHARLIE WOOD & 이가영 기자
  • 입력 2023.01.26 10:00
  • 수정 2024.04.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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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은 행성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왜행성으로 재분류되었다. [이미지 출처=NASA/존스 홉킨스 대학교 응용물리학 연구소/사우스웨스트 연구소]

미국에서는 행성의 순서를 기억해야 할 때 학교에서 배운 이 구절을 암송한다. “나의 아주 훌륭한 어머니가 방금 우리에게 아홉 개를 주셨는데... 나는 ‘피자’에 도착하자마자 비틀거렸다.” (영문은 “My Very Excellent Mother Just Served Us Nine… and then I stumble just as I get to ‘Pizzas.’”로 대문자로 쓰인 단어의 첫글자가 영어 행성 이름의 첫글자와 일치한다. 예를 들면 My의 M은 Mercury(수성), Very의 V는 Venus(금성)이다.)

왜냐하면 ‘피자(Pizzas)’는 ‘명왕성(Pluto)’을 의미하는데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21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에도 그러했다. 사람들은 76년 동안 명왕성을 태양계 아홉 행성 클럽의 가장 작고 먼 회원으로 알고 있었지만 2006년에 국제천문연맹(IAU)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마이크 브라운이라는 천문학자는 알려진 모든 행성 너머에서 몇 개의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그중 하나인 에리스는 비록 지금은 거의 같은 크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명왕성보다 더 커 보였다.

국제천문연맹의 천문학자들은 새로 발견했거나 앞으로 발견될 수백 개의 새로운 물체를 모두 행성으로 분류하거나 ‘행성’이라는 이름의 깊은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좁은 정의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학자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명왕성을 강등시키기 위해 투표했고 명왕성을 ‘왜행성’이라는 새로운 분류에 첫 번째로 포함시켰다.

◇어째서 명왕성은 행성이 아닌가?

국제천문연맹이 처음으로 ‘행성’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정의했을 때 명왕성은 그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지구, 토성, 그리고 나머지 행성들과 함께 우리 태양계에서 행성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해야 한다.

둘째, 둥근 모양이어야 한다.

셋째, 독립적인 공전 궤도를 확보해야 한다.

명왕성은 248년마다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돌기 때문에 첫 번째 조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물체들은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처럼 다른 것의 주위를 돈다.

두 번째 조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더 작은 소행성들은 특이한 형태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토카와’라는 소행성은 덩어리진 감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단 물체가 충분히 커지면 중력의 힘이 멀리 튀어나온 것들을 잡아당겨 둥근 모양을 만든다. 명왕성은 둥근 모양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중력을 갖고 있다.

이전에 행성이었던 명왕성에게 세 번째 조건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이것은 많은 천문학자들이 ‘행성’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핵심적인 것이다. 수성에서 해왕성, 그리고 심지어 명왕성까지, 대부분의 행성들은 로마의 신들로부터 이름을 얻었다. 신들이 그리했던 것처럼 우리는 행성들이 자신의 영역을 지배하기를 원한다. 태양계는 모래 알갱이들, 거대한 가스 행성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수많은 물체로 가득 차 있다. 다양한 크기의 많은 물체들이 태양 주위를 휙휙 도는 것은 꽤 정신 사나워 보인다. ‘명왕성을 죽인’ 마이크 브라운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것처럼 “그 혼돈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행성”이다.

한 예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백만 개 이상의 행성 잔해가 느슨하게 모여 있는 소행성대가 있다. 그 안에 있는 암석 소행성의 운명은 불확실하다. 왜냐하면 소행성의 다음 궤도가 목성에 너무 가까워지면 목성의 중력이 그것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밀어낼 수도 있고 다른 소행성과 충돌하여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성부터 해왕성까지, 8개 행성들의 궤도는 대부분 다른 천체들로부터 떨어져 있다. 어떤 것도 천왕성이나 화성의 공전을 방해할 수 없다. 소행성과는 달리 행성은 자신의 경로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흡수하거나 끌어당겨 위성으로 삼거나 저 멀리로 날려버린다. 현재의 8개 행성들은 45억 년 간의 자리 다툼 끝에 자신만의 궤도를 차지했다.

명왕성은 다르다. 태양계를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면 명왕성은 소행성과 행성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천문학자들이 아는 한 명왕성 근처에 그것을 튕겨 낼 가능성이 있는 물체는 없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제 명왕성의 환경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그것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다.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라 해왕성 너머를 공전하는, 아마도 1조 개의 혜성과 얼음덩어리로 이루어진 도넛 모양의 고리인 카이퍼 벨트의 가장 가까운 구성원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적어도 200개는 아마도 둥근 모양을 유지할 만큼 거대할 것이며 이것들 왜행성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소행성처럼 그것들은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브라운은 “명왕성은 언제나 카이퍼 벨트의 일부일 것이다.”라고 썼다.

◇명왕성은 여전히 중요한가?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잃었다고 해도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이유는 없다. NASA의 뉴호라이즌 우주탐사선은 2015년에 이 왜행성을 지나가며 많은 절벽, 산, 평원, 그리고 어쩌면 얼음을 뿜어내는 화산으로 지각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을 찍어 보냈다. 게다가 요즘 과학자들을 가장 흥분시키는 장소들 중 일부는 행성이 아니다. 카시니-하위헌스 우주탐사선은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메탄 호수가 있음을 밝혔고 유노 탐사선은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목성의 위성 유로파의 얼음 바다를 탐사하고 있다. 이 물체들을 연구하는 행성 과학자들에게 그것들은 모두 그저 ‘세계’일 뿐이다.

비록 ‘행성’이라는 단어가 과학적으로 그렇게 많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사물을 그룹으로 분류하기 위한 깔끔한 라벨을 갖는 것을 좋아한다. 소행성, 혜성, 그리고 위성들은 유용한 범주임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태양 주위를 도는 모든 물체들에 대해 의미 있게 이야기하고 싶다면 ‘행성’이라는 라벨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명왕성 논쟁은 누가 포함되고 누가 탈락하는지, 누가 크고 누가 작은지에 대해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태양계의 구조를 이해하고 경쟁자들과 구별되는 중력적으로 강력한 물체 집단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천문연맹은 우리가 행성들의 공식적인 순서를 기억할 필요가 있을 때 피자를 버리고 대신에 “내 아주 훌륭한 어머니가 우리에게 나초를 주셨다(My Very Excellent Mother Just Served Us Nachos).”라는 문장을 떠올리라고 권고한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글 CHARLIE WOOD &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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