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두부·된장과 같은 콩으로 만든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면 위암 발생 위험이 크게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과체중이나 비만인 경우에는 콩류 식품 섭취와 위암 발생 확률 사이의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23일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신우경·강대희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도시 기반 역학 연구에 참여한 성인 남녀 13만 9267명을 대상으로 평균 9.2년 동안 추적·관찰을 수행했다. 조사 대상은 40~69세 남성 4만 6953명과 여성 9만 2314명이었다. 이중 위암이 발생한 767명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하여 두부와 된장 같은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위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두부를 일주일에 2회 이상 섭취한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위암 발생률이 37% 낮았다. 또 두부를 더 많이 섭취하는 남성들의 위암 발생 위험은 더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체중에 따라 두부와 된장의 효과가 달랐다. 비만 정도를 나타내는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정상 체중을 넘지 않는 남성들은 두부와 된장 섭취로 인해 위암 발생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과체중이나 비만인 경우에는 이러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콩의 인체 대사 성분인 이소플라본과 이소플라본의 일종인 제니스테인이 위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고 분석했다. 이소플라본과 제니스테인은 항산화·항염 작용을 하며 점막의 세포 증식과 위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성장을 억제한다.
강 교수는 “콩에 포함된 생리활성 물질은 암세포를 파괴하는 면역 세포인 NK세포를 활성화 해 면역 기능을 높이고 유전자(DNA) 손상을 억제한다.”고 말했다.
된장은 발효 과정에서 몸에 좋은 생리활성 물질이 생성된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된장은 오랜 시간 발효되면서 더 많은 생리 활성 물질이 생성돼 위암 예방에 더 좋다.”라고 전했다.
콩이 위암 발생을 억제한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에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 교수팀은 콩의 위암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이 연구에서는 1993년부터 19,688명을 대상으로 10년 이상 추적 조사를 진행했고 위암에 걸린 131명과 나머지 대상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혈액 내 이소플라본 수치가 높을수록 위암 발생률이 현격히 떨어졌다. 또한 박테리아 외에도 콩을 적게 섭취하는 것이 위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콩을 짜게 섭취하면 오히려 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