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와 독감이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원인이 코로나19와 관련된 ‘면역 갭(immunity gap)’ 때문일 수 있다고 10월 28일(현지시간) CNN, WKRC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주간 기준 미국의 RSV 환자는 2021년 최고치보다 60% 증가했다. 이마저도 실제 환자수보다 적게 집계된 것으로 보인다. 독감도 평소보다 이른 시점에 확산이 시작됐다. 아데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감기의 주된 병인) 등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신시내티 어린이병원의 감염병전문가는 WKRC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바이러스들은 통상 겨울 바이러스다. 10월에 이렇게 급속히 번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10월 16~22일 독감 의심환자 수가 외래환자 1000명 당 7.6명으로 전주대비 23% 증가했다. 2022~2023 독감 유행기준인 4.9명을 이미 넘어섰다.
많은 전문가들은 RSV와 독감 확산세를 코로나19로 인한 면역 갭과 연결시킨다. 미국에서 6개월 이상 영유아의 독감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RSV는 아직 백신이 없다.
본래 어린이들은 바이러스에 대해 자연면역을 갖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대부분의 어린이는 2세가 되기 전에 RSV에 감염된다. 하지만 모유를 통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항체 덕분에 수동면역이 작동해 대개 탈 없이 지나간다.
코로나19 시기에 태어난 어린이들은 자연면역 상태에서 RSV에 노출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다른 바이러스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어린이가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이 늘면 감염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코로나19가 한풀 꺾이면서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브라운대학교 전염병전문가 레이철 베이커(Rachel Baker)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여타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이 감소했던 것이 면역 갭을 만들었다. 감염 경험이 없어 특정 병원체에 대한 감염에서 보호해줄 면역이 결핍된 상태에 놓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되었던 2019년과 2020년에는 정반대였다. RSV 감염이 눈에 띄게 줄었고, 독감도 크게 유행하지 않고 무난하게 지나갔다.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RSV와 독감도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비말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 따라서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기침할 때 팔로 가리기, 충분한 수면과 영양 섭취 등 코로나19 예방법은 RSV와 독감을 예방하는 데도 똑같이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