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개와 몸집이 비슷한 로봇이 먼지와 녹으로 덮인 금속탱크를 빠르게 기어 올라간다. 표면에 틈이 있거나 도드라진 장애물이 있어도 알아서 피하며 올라간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개발한 4족보행로봇 마블(MARVEL)이다.
19일 파퓰러사이언스는 자성이 있는 금속 벽과 천장을 기어오를 수 있는 마블을 4족보행로봇의 최신 성과로 소개했다. 마블은 ‘다양하고 신속한 이동을 위한 자기접착식 로봇’의 영어 두문자를 딴 이름이다.
KAIST 연구팀은 지난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바닥, 벽, 천장 등 다양한 표면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로봇은 지상로봇에 비해 작업공간이 넓다. 하지만 로봇이 벽을 타고 오르는 기술은 속도가 너무 늦거나 단순한 이동작업에 제한되어 왔다.
마블의 핵심 기술은 자기유변탄성체(magnetorheological elastomers, MREs)라는 신소재로 만든 4개의 전자기 다리. 덕분에 마블은 평평한 금속 벽을 초당 약 49cm 속도로 기어오를 수 있다.
마블은 또 페인트 위로 녹과 먼지가 덮인 저장탱크처럼 요철이 있는 표면에서도 안정적이고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 폭 10cm 틈, 높이 5cm 장벽 등 장애물에 대처하면서 바닥, 벽, 천장을 쉽게 오간다.
마블은 작업영역이 지상로봇에 비해 넓을 뿐 아니라 인간이 활동하기에 위험한 대형 선박, 교량, 높은 건물 등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무게 약 8kg, 길이 30cm 정도라 휴대가 간편하고 다루기 쉽다.
위험하거나 다가가기 어려운 환경에서 작동 가능한 로봇을 설계하는 연구자들은 흔히 동물에서 영감을 얻곤 한다.
꽉 움켜쥐는 동물의 발톱 메커니즘을 응용해 횟대 위에 착륙할 수 있는 버드봇도 최근 선을 보였다. 마블과 마찬가지로 버드봇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위험한 지역에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파퓰러사이언스는 “상업화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명 동물형 로봇들과 일상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