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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시민 과학자들이 죽은 고슴도치를 찾은 이유

덴마크 고슴도치 프로젝트, 유럽고슴도치의 기대 수명 연구
일부 지역에서 고슴도치 개체 수 크게 감소
덴마크 시민 과학자들, 16세 최장수 고슴도치 찾아

  • 기자명 LAURA BAISAS & 이가영 기자
  • 입력 2023.02.17 10:00
  • 수정 2024.04.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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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고슴도치 프로젝트에 협력하는 시민 과학자들이 죽은 고슴도치를 수집했다. [이미지 출처=Tue Sorensen]
덴마크 고슴도치 프로젝트에 협력하는 시민 과학자들이 죽은 고슴도치를 수집했다. [이미지 출처=Tue Sorensen]

덴마크 시민 과학자들이 유럽고슴도치 연구자들을 돕기 위해 전국으로 고슴도치를 찾아다녔다. 이번에 발견된 16세 고슴도치 토르발드는 이전의 최장수 기록을 7년 더 늘렸다. 유럽고슴도치의 길이는 평균적으로 6에서 11인치(약 15에서 28cm)이며 일반적으로 숲이 우거진 곳이나 정원, 공원에 터를 잡고 산다. 수명은 2년 정도이다.

유럽고슴도치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영국의 시골에서만 개체 수가 30%까지 떨어졌다. 환경보호가들과 연구원들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계획을 알리고 개체 수를 감시하기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덴마크의 시민 과학자들은 유럽고슴도치의 기대 수명을 연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6년 ‘덴마크 고슴도치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시민 과학 보존 계획의 연구원들은 유럽고슴도치가 얼마나 오래 사는지 파악하기 위해 덴마크 사람들에게 죽은 고슴도치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요청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덴마크 전역에서 697마리의 죽은 고슴도치를 발견했고 연구팀은 388마리의 턱뼈 성장선을 조사했다.

고슴도치는 겨울에 동면하는데 그사이에 칼슘 대사가 느려지기 때문에 턱뼈에 성장선이 생긴다. 뼈의 성장이 감소하거나 완전히 중단되면 한 줄이 생기며 연구원들은 나무의 나이테를 세듯이 이 성장선을 세어 고슴도치의 나이를 측정했다.

유럽고슴도치는 겨울을 날 때마다 턱뼈에 성장선이 생긴다. 연구진은 성장선을 세어 고슴도치의 연령을 측정했다. [이미지 출처=Sophie Lund Rasmussen]
유럽고슴도치는 겨울을 날 때마다 턱뼈에 성장선이 생긴다. 연구진은 성장선을 세어 고슴도치의 연령을 측정했다. [이미지 출처=Sophie Lund Rasmussen]

16세 토르발드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고슴도치는 13세와 11세였다. 수집된 고슴도치들의 평균 나이는 약 2살이었고 30%는 1살이 되기 전에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고슴도치들은 길을 건너다 사고를 당했다. 약 22%는 개의 공격 등으로 인해 부상을 입어 고슴도치 재활센터에서 죽음을 맞았다. 또 다른 22%는 야생에서 자연사했다.

수컷 고슴도치들은 일반적으로 암컷보다 24% 더 오래 살았다. 수컷의 평균 연령은 2.1살, 암컷은 1.6살이었고 기대 수명은 수컷이 2.6년, 암컷은 2.1년이었다. 하지만 수컷은 교통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연구팀은 수컷 고슴도치가 암컷보다 생활 반경이 더 넓어 도로를 건널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도로에서 사고를 당한 고슴도치 수는 수컷과 암컷 모두 7월에 가장 많았다. 덴마크에서는 7월이 고슴도치 짝짓기 철이며 이 시기에 고슴도치들이 짝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도로에서 죽은 고슴도치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는 대부분 교외 지역에서 발생했다.

옥스퍼드대 야생동물보호연구소의 생물학자이자 덴마크 고슴도치 프로젝트를 이끄는 소피 룬드 라스무센은 “우리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비록 개체들이 1살에 죽는 비율이 높기는 했지만 이 시기를 잘 넘기면 잠재적으로 16살까지 살 수 있고 몇 년 동안 자손을 낳을 수 있다.”라면서 “고슴도치들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많은 경험을 쌓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 수 있다. 만약 고슴도치가 2년 혹은 그 이상 생존한다면 자동차나 포식자의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배웠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슴도치 박사라고도 불리는 라스무센은 소셜 미디어에서 수컷 고슴도치로 사는 것이 “훨씬 쉽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영역 다툼을 하지 않으며 싸우는 일도 드물다. 물론 육아도 암컷 고슴도치가 혼자서 한다. 이번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컷 고슴도치는 사망 위험이 나이에 따라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암컷은 나이가 들수록 사망률이 높아졌다.

연구원들은 근친 교배가 수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 위해 조직 샘플도 채취했다. 이전 연구들은 덴마크 고슴도치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이 낮다는 사실을 밝혔는데 이는 개체 수를 감소시킬 수 있을 정도로 근친 교배 지수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근친 교배는 유전적인 문제를 일으키거나 잠재적으로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출산율을 떨어트리고 모유 수유를 어렵게 만든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가 고슴도치의 근친 교배가 기대 수명 감소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여 놀랐다.

라스무센은 “슬프게도 많은 야생동물 종이 감소하고 있다. 개체 수 감소는 적합한 짝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들고 근친 교배 증가로 이어진다. 이 연구는 근친 교배가 장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초의 철저한 조사 중 하나이다.”라고 말하며 “우리의 연구는 고슴도치들이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유전적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높은 근친 교배 수준에도 불구하고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는다면 장수에 큰 문제를 겪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것은 다소 획기적인 발견이며 야생동물 보존이라는 관점에서는 아주 긍정적인 소식이다.”라고 전했다.

이 연구는 2월 14일(현지시간) 동물(Animals) 저널에 실렸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글 LAURA BAISAS &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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