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음료라며 고등학생들에게 마약 성분 음료를 나눠 준 일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일부는 검거됐으나 나머지 일당은 추적 중이다. 식약처는 집중력 향상 기능으로 인증을 받은 식품은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4일 성인 남녀 4명이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음료라고 속여 무료 시음회를 열었다. ‘메가 ADHD’라는 이름의 이 음료를 마신 고등학생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일부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용의자들은 보호자에게 구매 의향을 물어야 한다며 부모의 연락처를 받아내 피해자의 부모들에게 “자녀의 마약 복용을 신고하겠다.”라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간이 검사 결과 이들이 나눠 준 음료에서 필로폰 등 마약 성분이 검출되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5일 시중에 유통 중인 음료 및 식품 중 집중력 강화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 받은 기능성 제품은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홍삼과 은행잎 추출물이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을 인정받았고 섬쑥부쟁이 추출 분말이 노화로 인해 저하된 인지 능력을 개선 시킨다는 것이 확인됐지만 ‘집중력 향상’ 효과와는 관계가 없다.

건강기능식품업계도 같은 의견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관계자는 “인지 능력 개선 등을 인정 받은 기능성 식품은 있지만 집중력 강화나 향상에 대한 것은 없다.”라면서 “집중력 문구를 사용한 식품이나 음료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시험공부나 밤샘 과제를 할 때 잠을 깨기 위해 마시는 고카페인 음료도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등의 기능성은 인정받지 못했다.

건강기능식품 관련 영업 신고를 한 것처럼 속이고 시음회를 연 것도 문제다. 건강기능식품은 시음 행사는 불특정 다수에게 식음료를 나눠주는 특성상 안전 관리를 위해 관련 영업 신고자에게만 허용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용의자들은 자신들이 건강기능식품 영업 신고를 한 A제약사에서 나왔다고 속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를 사칭한 것은 이들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면서 “일반에 친숙한 기업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점 또한 치밀함을 증명한다.”라고 전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수상한 사람이 건네는 식음료는 섭취하지 말고 비슷한 사례가 있으면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