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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기후총회 개막…'개도국 온실가스 보상 요구' 최대 쟁점

중국·산유국 책임 인정 요구도 큰 논란거리

  • 기자명 파퓰러사이언스
  • 입력 2022.11.0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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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시스
출처=뉴시스

6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개막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의 가장 큰 쟁점은 기후변화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이 책임이 큰 선진국에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개도국들 보상 문제 처음으로 공식 의제 채택에 성공

파키스탄에선 지난 여름 홍수로 1700여명이 숨지고 국토의 3분의 1 가량이 침수됐다. 피지에서는 해수면 상승을 피해 여러 마을과 도시가 내륙으로 옮겼다. 케냐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가축이 대거 죽어나가고 주민들의 삶이 피폐해졌다.

이런 현상들은 주로 기후 위기에 거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수십 곳의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류 역사상 모든 문명권에서 이웃의 재산에 손해를 입히면 보상하는 것이 상식이 돼 있으며 성경에도 명시돼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에서 그 같은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부자 나라들은 가난한 나라들에게 보상하기를 꺼린다. 명시적으로 보상키로 하면 엄청난 보상을 하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COP27 회의 주최국인 이집트와 파키스탄 등 77개 개도국을 대표하는 나라들이 이번 회의에서 이 문제를 처음으로 공식 의제로 채택하는데 성공했다. 올해 극심한 가뭄으로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기아에 빠진 현실을 감안할 때 당연한 일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재앙을 일으키는 원인임을 수량적으로 계산해 냄으로써 1850년대 이래 온난 가스의 절반을 배출한 부유한 나라들이 큰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왔다.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파키스탄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월 대홍수가 지구 온난화로 악화했다는 과학자들 분석을 들어 “우리의 요구는 자선이나 구호, 지원이 아니라 정의다. 파키스탄 국민 3300만 명이 큰 나라들의 산업화 대가를 목숨과 삶으로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게 홍수 방지 등 기후변화 대비를 할 수 있도록 2025년까지 40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유엔(UN)의 평가에 따르면, 이 액수는 필요분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기후 재앙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추가로 손해 배상 지원 요구가 나오고 있다.

존 케리 미 기후특사는 COP27 정상회의에서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피해 복구를 위한 재정 지원에 동의했다.

그러나 새로운 기금을 마련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미국은 가난한 나라들이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고 해상 방벽과 같은 피해 대책을 세우는데 필요한 자금 지원을 약속했지만 실제 집행은 약속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미 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올해 기후변화 지원 예산으로 31억달러를 책정하려 했으나 실제 확보한 금액은 10억달러에 불과했다. 지원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중간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지원금 추가 마련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유럽국들은 차기 미 대통령이 지원금을 삭감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아시아·아프리카 등 피해 심각

케냐 북서부 투르카나 지역은 케냐에서 가장 가난한 곳이다. 이 곳이 입은 피해는 매우 구체적이다. 4년째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90만명에 달하는 유목민들이 키우는 가축들이 물을 마시지 못해 죽어나가고 있다. 이들의 절반가량이 기아에 빠졌고 일부는 목초지를 찾아 우간다와 남수단으로 이동하면서 충돌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현지 당국이 지하수를 파고 댐을 건설하며 유목민들을 농경민으로 전환토록 유도하고 있으나 문제는 비용이다. 매년 2억 달러가 필요하지만 이는 케냐 연간 예상의 2배에 달한다.

지난 2019년 허리케인 도리안이 바하마 제도에 상륙했을 때 풍속이 시속 300km에 달하고 7m 높이의 해일이 닥쳐 수많은 주택과 도로, 심지어 공항까지 침수됐다. 당시 피해액은 바하마제도 경제 전체의 4분의 1에 달하는 34억달러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규모는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개도국들이 2030년까지 매년 2900억~5800억달러, 2050년까지는 매년 1조7000억달러의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것이 널리 인용되는 수치다.  

◇국가간 갈등…"산유국이 돈 내라"

이처럼 피해 규모가 엄청나게 확대되면서 이번 COP27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미 당국자들은 새로운 기금 마련 전망이 어둡다고 말한다. 

또 일부 부자 나라들은 현재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화석연료 최대 수출국들도 돈을 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국가들은 과거 기후변화 책임 대상국으로 지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선 또 개도국들과 기후변화 방지 운동가들은 피해 보상을 '정의 실현'으로 보지만 부자 나라들은 그런 주장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크게 부각될 전망이다.

케리 특사는 1880년대부터 석탄 발전을 해온 미국이 최대 배출국임을 인정,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 역시 미 정부가 석유, 천연가스, 석탄 사용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온난화의 원인임을 인정한 1980년대부터 개도국도 이미 화석 연료를 사용해왔다고 지적했다.

◇기후총회서 피해 보상 기금 마련 합의 쉽지 않아

이번 회의에서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마련 원칙마저도 합의가 이뤄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어느 나라에 얼마를 지원하느냐, 보상금이 가장 피해가 큰 사람들에게 사용된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등이 합의에 걸림돌이다.

개도국들은 우선 피해 보상 기금 마련이 필요하다는 합의부터 하고 세부 지원 방식은 뒤에 정하자는 입장이다.

카이로대 농업 교수 하산 아보우 바크르는 카이로 교외에 있는 자신의 올리브 농장이 기후 변화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겨울이 사라져 올리브가 잘 맺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열린 올리브는 너무 작아서 시장에 팔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기후변화 피해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현재 일어나는 일”이라면서 보상이 있으면 좋겠지만 “올리브 나무가 죽는 건 돈 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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