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는 전 세계 건강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부유한 나라보다 가난한 나라의 사망률을 더 빠르게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4일(현지시간) 기후 영향 연구소(Climate Impact Lab)와 함께 한 연구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각국이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Climate Agreement)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공약을 이행한다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할 때 더 온도가 높고 호흡 시스템이 과부하(스트레스) 상태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응할 자원이 있는 지역사회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와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 파이살라바드에선 21세기 중반까지 기후변화가 진행될 때 사망자수가 연간 10만명 당 67명 더 늘게 된다. 파키스탄의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 세 번째인 뇌졸중보다 더 높은 사망률이다.
반면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는 비슷한 패턴의 온난화를 경험하게 되더라도 사망자수를 현 수준인 연 10만명 당 35명으로 유지할 수 있다. 소득이 더 높아 전기, 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연구에 필요한 자원도 풍부해 기후변화에 따른 대응을 적절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전 세계적으로 여섯 번째 사망 원인이 되는 알츠하이머병보다 여전히 더 치명적이다.
UNDP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전 세계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지 않기 때문에 몇 년, 수십년이 지나면 불평등의 정도는 상당히 높아져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듐 그룹(Rhodium Group)의 한다 헤스 부이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 자료만 봐도 (기후변화 및 건강 불평등이)앞으로 30~40년 안에 인류 이동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또 더 심각한 기후변화는 생계와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업무 강도와 지속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영향은 농업과 건설업, 광업, 제조업과 같은 고위험 기후 노출 산업 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받는다고 했다.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이의 경우 과도한 기온으로 인해 건설업과 광업, 제조업 분야에서 연간 36시간의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이는 국가 국내총생산(GDP)을 2.5% 줄이는 피해를 준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 보고서는 6일부터 18일까지 이집트 샤름 엘 세이크에서 열리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개최 전에 발표됐다.
이번 총회에선 기후변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대한 국가간 격렬한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규모가 작고 덜 부유한 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훨씬 더 많은 부유한 나라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은행(WB)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저소득 국가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기 위한 투자가 훨씬 더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은행은 2022년~2030년 개발도상국의 경우 GDP의 1.4%에 해당하는 연간 평균 투자가 이뤄지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70%까지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소득 국가의 경우엔 이 기간동안 GDP의 5~8%에 해당하는 투자가 있어야 그럴 수 있다고 추정했다. 세계은행의 보고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20개국을 대상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