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이안'의 영향으로 유니언파크, 플로리다에 21.16인치(약 537밀리미터)의 폭우가 쏟아졌다. 강수량으로 따지면 이안은 2005년 이래 세 번째로 큰 태풍인 셈이다.
그런데 태풍 같은 큰 변수가 없을 때도 비오는 날의 강수량 자체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평균 강우강도(rain intensity)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11일(현지시간) '지구물리학연구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된 자료를 보면,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비가 한 번 내릴 때 많이 내리는 현상'이 뚜렷이 확인된다.
연구진은 미국 전역을 기온, 강우, 식생 등 기후 특성별 17개 지역으로 구분해 1951~1980년과 1991~2020년 두 기간을 비교했다. 그 결과 1991~2020년 로키산맥 동부(미국 중서부와 남동부)는 앞선 기간에 비해 강수량이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강수량 증가가 관찰되지 않은 서부 지역은 현재 20년에 걸친 긴 가뭄에 시달리는 중이다.
연구진은 “따뜻해진 공기에는 수분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대기 기온이 1도 오르면 수증기 함유량은 7% 증가한다. 따라서 이 결과는 지구온난화 효과로 예측된 내용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가 날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은 홍수, 폭염, 가뭄 등 극단적인 사건에 쏠려있다. 비가 내릴 때 전보다 많이 내린다는 건 태풍으로 인한 피해와 비교하면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10월 이맘때 가랑비가 주로 내리던 지역에 큰비가 쏟아지는 일이 잦아졌다면 생활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도시계획 차원에서 배수펌프, 배수로, 땅위를 흐르는 빗물 흡수를 위한 도시정원, 지하철 빗물 차단막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